대만 천수이볜 총통 '사면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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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만 역사상 51년 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뤄내 기대를 모았던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이 출범 6개월여 만에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렸다.

지난달 야당이 장악한 입법원(국회)을 따돌리고 제4핵발전소 건설 중단을 전격 결정해 야당 연합세력으로부터 탄핵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14일에는 민진당의 거물급 인사가 탈당해 '내우' 까지 겹쳤다.

이런 가운데 15일에는 미모의 여성보좌관과 스캔들 의혹이 폭로돼 도덕성마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 민진당의 자중지란〓민진당의 지도급 인사인 스밍더(施明德)전 주석은 14일 탈당을 선언, 陳총통을 더욱 궁지에 몰았다. 그는 올 3월 총통선거 직전 탈당한 쉬신량(許信良)전 주석에 이어 민진당을 떠난 두번째 고위급 인사다.

施전주석은 "당을 떠나더라도 다른 정당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 이라 밝혔지만 그가 陳총통과 함께 국민당 통치 시절 대표적 반정부운동인 메이리다오(美麗島)사건에 참여했으며 평소 소신있는 발언을 많이 해온 터라 陳총통과 민진당으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 섹스 스캔들 의혹〓15일자 연합보(聯合報)등 대만 언론들은 국민당 소속 류정훙(劉政鴻)의원의 말을 인용해 "陳총통이 총통부 내 젊은 보좌진(童子軍)과 관계가 복잡하다는 소문이 있다" 고 보도했다.

劉의원은 일례로 "총통의 해외순방시 통역을 담당했던 여성 보좌관과 깊은 관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주장하고 陳총통의 개인 보좌관이자 통역 담당인 샤오메이친(蕭美琴.29)을 지목했다.

총통부 대변인은 "선거 때나 등장하던 저열한 흑색선전" 이라며 즉각 부인하고 나섰고 劉의원도 "아직 물증은 확보하지 못했다" 고 한발 뺐지만 보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대만판 르윈스키 스캔들' 로 陳총통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질 상황이다.

샤오메이친은 71년 일본 출생으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받은 뒤 뤼슈롄(呂秀蓮)현 부총통의 비서로 일했다. 劉의원은 蕭가 이때 陳총통과 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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