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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가옥들 철근 대신 철사로 시공…지진에 성한 집은 100곳 중 한 채 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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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방이 시신 천지였어요. 그 썩는 냄새에 귀국한 지 나흘째인 지금도 잠을 설칩니다.”

아이티에 지난달 17일 파견돼 14일간 긴급 구조활동을 편 뒤 지난달 30일 대원 중 마지막으로 귀국한 소방방재청 소속 중앙119구조대의 최종춘(42·사진) 구조반장의 말이다.

그는 “12km 전방 지평선까지 온통 무너진 건물들 천지여서 25명뿐인 우리 구조대·의료진으로선 한계가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이티 가옥들은 철근 대신 철사로 시공해 100개 중 성한 곳은 한집 정도에 불과했다”며 “구조견을 투입하고 심장 박동과 숨소리를 감지하는 센서 6대를 동원해도 생존자를 찾을 수 없어 시신 32구 인양에 그쳤다”고 전했다.

최 반장은 “한 30대 남자가 ‘무너진 대학 기숙사 건물에 가족이 산채로 갇혀 있다’고 주장해 20m를 파들어 갔으나 인적을 찾지못해 돌아서야 했다”며 “그 순간 그 남자가 ‘가지말라’고 우리를 붙잡고 울음을 터뜨려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너무 덥고 건조해 하루에 생수를 10병 넘게 마셔도 소변을 한두차례 봤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미군 병사 한 명이 구호품을 나눠주는데 주민들이 400m 넘게 줄을 섰다”며 “새치기를 당하지 않으려고 앞사람 등에 배를 바짝 갖다붙여, 송곳 하나 들어갈 틈이 없었다”고 아비규환의 현장을 전했다.

구조대원들이 불편한 잠자리와 물부족으로 고생한 반면 우리 대사관 직원들은 에어컨이 켜진 실내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잤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최 반장은 “대사관으로부터 베이스캠프 설치와 정보제공 등 도움을 아주 많이 받았다”며”그런 보도가 왜 나왔는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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