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문으로 논리적인 표현력 길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5면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배정환(8)군과 정민(13)·정희(10)양(왼쪽부터)은 신문 속 사진이나 광고·기사를 찾아 각자 수준에 맞게 NIE 활동을 한다. [김진원 기자]


신문으로 논리적인 표현력 길러

“교과 공부는 아이가 앞으로 꾸준히 해야 할 일이잖아요. 처음에 좀 뒤처지더라도 그만큼 만회할 시간이 많은 셈이죠. 하지만 창의력이나 표현력은 어릴 때가 아니면 나중에 향상시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3남매를 사교육 없이 NIE로 키우고 있는 박영란(37·경기도 김포)씨의 말이다.

박씨가 NIE에 주목한 것은 2년 전 큰딸 배정민(경기도 장기초 6) 양이 ‘경기도 학생 토론대회’에 김포시 대표로 나가게 되면서다. 대회를 앞두고 막막해하는 딸에게 토론 주제와 관련된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건넸다. 배양은 신문 속 정보를 간추려 찬성과 반대 주장을 펼칠 때 논거로 활용할 만한 내용을 분류,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효과는 대회장에서 나타났다. 대회 진행자가 참가자들에게 각자의 견해에 따라 주장을 펼친 뒤 곧바로 반대 주장을 펼치라고 요구한 것이다. 최연소 참가자였던 배양은 상반된 양쪽 주장 모두 논리정연하게 펼쳐 심사위원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어냈고, 결국 2등상을 거머쥐었다. 배양은 “신문을 꾸준히 보면 한 가지 사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겨 좋다”며 “이제는 토론 주제가 제시되면 찬반 주장의 개요가 머릿속에 바로 그려진다”고 말했다.

인터넷 자녀교육 커뮤니티 삼천지교(www.3000jigyo.com)를 운영하는 김경훈(41)씨는 “신문 기사를 읽다 보면 효과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고 조언한다. “신문 기사는 특정한 사실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쓰는 글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문장이 쉽고 주제·예화·결론 등 구성에 짜임새가 있죠. 상대방을 이해시키기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쓰인 셈입니다. 매일 짧은 기사를 한 편씩이라도 소리내 읽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중언부언 말하는 버릇을 고치기 쉽죠.”

구체적· 현실적인 아이디어 낼 줄 알아

빈가량(대구 동평초 3)양은 엄마와 함께 초등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신문 일기를 쓰고 있다. 빈양은 기사보다 사진이나 광고를 주로 활용한다. 신문에서 웃는 얼굴만 찾아 오려 붙이고 ‘왜 웃을까?’에 대해 상상한 뒤 말풍선을 채워 넣는 식이다.

창의력 향상을 기대하기는 너무 단순한 활동이 아닐까. 빈양의 어머니 성은정(35·대구 침산동)씨는 “초등 저학년의 경우 신문 사진을 활용하는 게 그림을 보거나 책을 읽는 것보다 창의력 향상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아이들은 의외로 막연하게 상상하는 걸 어려워해요. 신문의 경우 실제 인물의 직업이나 활동 등이 아이의 생각을 자극하는 단서 역할을 하니까 막막한 느낌을 받지 않아서 오히려 좋아해요. 또 자신이 얼마나 정확하게 추리했는지 기사 내용과 맞춰 보며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죠.”

성씨는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신문의 장점으로 꼽았다. “아이들의 하루 일과가 늘 거기서 거기예요. 그러니 일기를 쓰려고 해도 매일 비슷한 이야기만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신문은 세상에 얼마나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를 알게 해줘요. 그러니 상상하고 표현할 거리도 풍부해지죠.”

박영란씨는 “단순히 남과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창의적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창의력은 이미 배운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는 말이다. “머릿속에 있는 자유로운 생각들이 현실과 접목되지 않으면 허황된 상상에 불과합니다. 신문에 나온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생각을 구체화시키는 습관이 곧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는 방법이 아닐까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