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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집 옆 김밥집, 빵집 옆 국숫집 돈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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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경기도 안양시 범계동의 일본삼각김밥전문점 ‘오니기리와 이규동’. 커피점 옆에 자리를 잡았다. 고급 커피를 즐기는 사람은 가벼운 식사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김상선 기자]

점포를 창업할 때 성패를 가르는 주요 요인이 상권과 입지다. 그러나 자본과 정보력이 부족한 예비 창업자가 일일이 유동인구를 조사하고 그 상권 내 타깃 소비자의 소득수준이나 소비성향을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예비 창업자들이 이럴 때 써먹을 수 있는 것이 ‘미투(me too) 전략’이다. 유통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1등 제품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을 말한다. 맥도날드가 문을 열면 버거킹이 따라 들어오는 식이다. 대형 브랜드 바로 옆에 문을 여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근 가게와 완전히 똑같은 업종이 아니더라도 유사한 고객층을 둔 업종이나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업종을 택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철저한 상권 분석을 거쳐 이미 자리 잡은 성공 브랜드 옆만 찾아다니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꽤 많다”며 “같은 업종이 아니라도 짝을 이루는 업종이 의외로 많아 이를 잘 활용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글=안혜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업종이 달라도 고객이 같다면

김밥브랜드 ‘김가네’는 미투전략으로 성공한 대표 사례다. 재미있는 것은 김가네가 따라 한 모델이 김밥집이 아니라 햄버거집이라는 점이다. 사업 초기 맥도날드 인근에만 점포를 냈다. 김밥과 햄버거의 고객층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김가네 김용만 회장은 “글로벌 브랜드가 공짜로 상권조사를 해준 셈”이라며 “처음부터 탄탄한 입지를 확보해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만두·국숫집을 열고 싶으면 그 상권에 베이커리가 있는지 찾아보면 된다. 주택가 베이커리 카페는 보통 해당 상권이 3000~4000가구 이상으로 구성되며 주부나 청소년층의 유동인구가 많아야 성공한다. 만두나 국숫집을 내는 데 최적인 상권의 조건도 비슷하다. 그래서 만두 카페 ‘만두 빚는 사람들’(www.mandujip.co.kr)이나 ‘봉채국수’(www.bonbchai.co.kr)는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인근 매장을 선호한다. 봉채국수는 50개 가맹점 중 20여 곳이 인근에 베이커리 점을 끼고 있다. 봉채국수 이환성 부사장은 “빵 판매량이 높은 곳에선 국수 매출도 높다”고 말했다. 떡볶이전문점 ‘요런떡볶이’(www.yodduk.co.kr)는 가맹점 45개 중 30개가 ‘본죽’ 등 유명브랜드 죽 전문점 인근에 있다. 테이크아웃 수요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일본정통면전문점 ‘하코야’(www.hakoya.co.kr)는 ‘던킨’ 같은 유명 도넛 전문점 주변을 최적의 입지로 꼽는다. 일본 라멘은 도넛과 마찬가지로 20~30대 젊은 고객층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던킨’은 20~30대 젊은 고객 유동이 가장 많은 쇼핑몰이나 중심상업지구 등에 주로 입점해 있다.

샤브샤브 전문점 ‘채선당’(www.chaesundang.co.kr)은 유명 보쌈전문점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동시에 입점한 상권을 찾는다. 보쌈전문점이 있다는 것은 한식 수요가 있다는 증거고, 패밀리 레스토랑은 젊은 층과 직장인, 가족 고객이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채선당 강현모 팀장은 “서울 목동파리공원점은 인근의 패밀리 레스토랑과 한식 전문점이 장사가 잘되는 것을 보고 입점했는데, 결과적으로 크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상생 업종’을 찾아라

아무 상관없어 보이지만 나란히 있으면 매출을 높이는 데 서로 도움을 주는 업종이 있다. 예컨대 의류점과 액세서리 가게, 노래방과 주점이 그런 경우다. 고객이 보완적인 욕구를 가지기 때문에 인근 업종 덕분에 덤으로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다.

일본수제삼각김밥전문점 ‘오니기리와 이규동’(www.gyudong.com)은 테이크아웃 커피숍이나 편의점 인근에 주로 출점한다. 고급 커피를 즐기는 고객들은 식사를 가볍게 즐기는 경향이 있다. 가벼운 식사를 한 후 인근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또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들은 수제 삼각김밥에 호감을 느낀다. 평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많이 접해본 데다 편의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니기리와 이규동 매장의 80%가 인근에 커피와 편의점을 끼고 있다. 경기도 안양 범계동 상업지구 초입에 있는 오니기리와 이규동의 유원용 사장은 “전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즐기던 고객들이 주고객층이 됐다”고 말했다.

주부들의 생활동선을 따라가는 업종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교육사업이 유리하다. 예컨대 떡집이나 유기농전문점이 모여 있다면 주부들의 발걸음이 잦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곳에 교육전문 사업장을 내면 유리할 수 있다. 장을 보다가 새로운 교육사업을 보면 호기심에 상담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창의력 미술교실 ‘영재들의미술상자’(www.myartbox.co.kr)는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 인근을 최적 입지로 판단한다. 5~7세 유아는 부모가 동행해 학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들은 아이들의 수업이 진행되는 한두 시간 정도 주변에서 쇼핑을 즐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재들의미술상자 김진성 대표이사는 “대형 마트 외에도 주부들의 생활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은행·우체국·카페·피트니스클럽 등이 밀집한 지역이 상권으로 좋다”고 설명했다.

미투전략은 입지에 따라 융통성을 지녀야 한다. 가족형 생맥주전문점 ‘치어스’(www.cheerskorea.com)는 180개 가맹점이 주택가와 중심 상권에 절반씩 입점해 있다. 미투전략도 두 가지로 진행한다. 중심가에서 문을 열 때는 유명 브랜드 생맥주 전문점이나 세계 유명 브랜드 맥주를 구비한 맥주전문점 인근을 찾는다. 오랫동안 주점이 자리 잡은 상권에는 어느 정도 주류 매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가에 들어갈 때는 동종업종이 있는 곳을 찾기보다는 고객층이 비슷한 베이커리나 죽 전문점이 있는 곳에 자리 잡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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