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멸종위기 동식물 35종 관리대상 지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끈끈이주걱.노루.오색딱따구리.물총새.도롱뇽.실뱀.황복….

소음과 매연에 찌든 서울에서 이런 야생 동식물들을 볼 수 있다고 하면 다소 의외라는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전문가들을 동원, 한강과 북한산.관악산 등을 뒤져 찾아낸 생물종이다.

서울시는 13일 생태계 조사를 통해 서식이 확인된 생물종 중 보존가치가 높고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35종을 관리대상으로 지정.고시했다.

이미 국가차원에서 1백94종의 야생동식물이 멸종위기 및 보호종으로 선정돼 관리되고 있지만, 이번에 지정된 동식물 중 그들과 겹치는 것은 없다. 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야생 동식물을 보호종으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어떤 것들이 있나=시가 1997년부터 서울지역 동식물 서식상태를 조사해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 생물종 분포변화조사' 에 따르면 서울시내에 서식하는 생물종은 모두 1천2백70종. 육상식물 6백90종, 수생식물 82종, 곤충 3백85종, 양서.파충류 18종, 어류 18종, 조류 77종 등이다.

조사 결과 과거 흔히 볼 수 있었던 두꺼비.제비.풀무치.땅강아지.산개나리 등의 개체수가 격감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도시지역에서는 거의 사라졌다는 노루를 북한산에서 발견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시는 이들 생물종 가운데 서울오갈피.끈끈이주걱 등 식물 7종과 땅강아지.풀무치 등 곤충 8종, 제비.물총새 등 조류 6종, 두꺼비.실뱀 등 양서.파충류 6종, 포유류.어류 각 4종 등 모두 35종을 관리대상으로 지정했다.

선정과정에는 생태계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이 참여했으며,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도 수렴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후보였던 남산제비꽃.물봉선.층층둥글레가 희소가치가 적거나 자생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 어떻게 관리되나=관리대상 동식물에 대해서는 포획.채취.가공 수출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체계적인 보호 및 복원.증식 작업이 이루어진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1년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서식지 조사와 지도화 작업이 실시되며 이를 통해 생물종 보전을 통한 증식작업도 이루어질 계획" 이라고 밝혔다.

가령 진달래꽃만 찾는 애호랑나비를 위해 서식처에 진달래꽃을 심고, 습지보호를 통해 무당개구리나 도롱뇽의 살 곳을 마련하는 식이다.

또 한강 밤섬.강동구 둔촌동 자연습지 등 두군데의 '생태계 보전지역' 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는 한편 관악산 끈끈이주걱 자생지 6백여평 등 보호가치가 높은 지역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추가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관리대상으로 지정된 동식물을 불법 포획하거나 채취하더라도 구체적인 처벌규정이 없어 관리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가지정 보호 동식물을 밀렵.불법 채취할 경우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 에 처할 수 있지만 지자체 지정 동식물에 대해서는 그같은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시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갖도록 중앙정부에 처벌규정 마련 등을 강력하게 건의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이현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