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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계도 변해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하는가 하면 민주노총은 대학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노동계 움직임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근로자들로선 불과 2년여 만에 다시 몰아치는 대량 실직의 고통에 울분이 터질 수밖에 없다. 위기는 지났다는 말을 믿고 열심히 일하던 서민들에게 경기회복의 희망 대신 제2의 경제위기란 공포를 안겨다 준 정부와 부실기업인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경제가 위기국면으로 치닫는 현 시점에서 노동계가 본격적인 대(對)정부.대기업 투쟁을 위해 집단시위를 벌이고 극단적인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회생과 체질강화를 위해 부실기업이 과감히 도태돼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력조정 역시 불가피한 수순이다.

기업 부실에는 경영진뿐 아니라 조직원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잘 나가는 미국 기업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조직.인력에 손을 대는 마당에, 부실로 퇴출 직전인 우리 기업들이 손놓고 있을 순 없는 일이다.

게다가 현 정부가 추진한 4대부문 개혁 중 노동부문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점을 감안할 때 이제는 노동계도 변해야 한다.

한국.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들은 현 시점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근로자들을 위한 길인가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한다.

근로자들도 투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곰곰 따져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극단적인 노사대립의 결과가 어떤지는 대우자동차의 경우에서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노사.노정 관계가 적대적인 관계로 치달아서는 안되며, 우리 경제가 노사갈등으로 인한 코스트를 더 이상 지불케 해서도 안된다.

이대로 가면 기업과 나라 경제가 모두 망하게 된다. 기업.금융.공공 개혁이 안돼 경제를 망쳤다고 탓할 게 아니라 노동계도 자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공멸로 가는 투쟁의 길을 버리고 정부.기업인과 머리를 맞대고 상생(相生)의 해법을 찾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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