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내부 기강부터 바로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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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와대가 사회기강 확립을 강도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잇따른 공직자 추문을 감안할 때 공직 비리 척결작업은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기왕에 칼을 뺐으면 청와대가 밝힌 '깨끗한 사회' 가 실현될 수 있도록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정권 내부와 검찰.경찰.국세청.금감원 등 기강확립 주체들부터 기강을 바로잡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최근 청와대 청소원의 뇌물사건에 이르기까지 권력층 주변을 바라보는 일반의 시선이 곱지 않다.

옷로비 사건을 비롯, 그동안 사회를 뒤흔든 각종 스캔들의 중심엔 어김없이 권력층 주변 인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상태로 일반 국민에게 사회기강을 바로 잡자고 주문한다면 누가 따르겠는가. 의혹의 당사자들은 증거없는 정치공세요, 억울한 누명이라고 항변할지 모르나 최소한 평소 처신에 잘못은 없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사회기강 확립의 중추부서인 검찰로선 이 시점에서 왜 새롭게 사정(司正) 필요성이 제기됐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옷로비 사건에서부터 한빛은행 대출 비리 및 정현준 스캔들을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선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쌓여만 간다.

이러고서야 사회기강이 제대로 잡힐 수 없다. 권력 주변에 대한 의혹과 검찰수사 불신이 가셔지지 않는 한 아무리 사회기강 확립을 외친들 구두선에 불과하다.

이러니 정부의 사정 착수 발표에 대해 너부터 잘하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일부에선 국정혼란을 모면키 위한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경계론이 나오는 것이다. 사정은 역대 정부에서 위기 돌파의 한 수단으로 자주 등장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같은 일회용 대국민 호도의 결과는 더욱 심각한 정부 불신으로 나타났다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사회기강 확립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국가적 명제다.

사정 강조주간을 둔다고 큰 소리칠 게 아니라 제대로 국정을 단속못한 데 대한 대국민 사과부터 먼저해야 순서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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