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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악의 정치위기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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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탤러해시〓김진.신중돈 특파원]미국 제43대 대통령을 결정할 플로리다주 재검표 최종 결과 발표가 17일 이후로 미뤄지고 민주당이 재검표 결과에 상관없이 법적으로 대응할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미국이 최악의 정치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캐슬린 크롤 순회법원 판사는 9일(이하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의 주민 2명이 투표용지를 이유로 재선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것과 관련, 오는 14일 심리를 착수하기로 하고 그때까지 재검표 작업 중단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대선을 치르고도 새 대통령을 확정하지 못하는 사태가 최소한 열흘 또는 그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공화당과 민주당은 상대방에 대한 비난전을 펴는 등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은 9일 "최종 결과는 해외 부재자 투표 도착 마감일인 17일 이전엔 판단하지 않겠다" 고 공식 발표했다.

AP통신은 10일 새벽까지 67개 카운티 전체를 재검표한 결과 8일의 1차 개표 당시 1천7백84표였던 득표차가 3백27표로 줄어들어 일단 부시가 앞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3천여표로 예상되는 해외 부재자 표와 유권자들이 낸 선거무효소송 결과에 따라 최종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어 후보측은 재검표 결과와 상관없이 팜비치 카운티 투표용지 도안 잘못과 경찰의 흑인 밀집지역 투표 방해 의혹 등을 공개 제기, 심각한 정치적 갈등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또 팜비치 법원이 이 선거구의 민주당 지지 유권자 3명이 낸 선거무효소송을 받아들이면 플로리다의 선거 결과를 한동안 확정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한편 공화당 부시 후보측은 "우리도 고어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위스콘신(선거인단 11명)주와 아이오와(7명)주에 대해 재검표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 밝혔다.

뉴멕시코의 일부 지역에선 이미 재검표에 돌입한 상황이어서 미국 내 경합주들 전체에 대한 재검표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시측의 돈 에번스 선거본부장은 텍사스 오스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플로리다 선거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희생시키고 있다" 고 공격했다.

그러나 플로리다에 파견된 고어측의 윌리엄 데일리 선거운동본부장은 "혼동을 유발하는 투표용지 때문에 1만9천표가 무효표로 처리됐다" 면서 "유권자들이 이미 소송을 냈기 때문에 법원이 진실을 가릴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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