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졸자 임금격차 대해부] 임금과 만족도는 별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방대 출신, 영어 못하고 ….”

1982년 비수도권 국립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국책연구소에서 26년간 고전 번역 일을 하고 있는 정모(53)씨 얘기다. 요즘 유행에 빗대면 전형적인 ‘루저(loser)’의 모습일 수도 있지만 정씨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는 “한문을 주로 다루는 영역이어서 학벌과 상관없고 실력으로 승부한다”며 “승진이나 연봉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이 없어 직업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분석 결과 82년 비수도권대 졸업자의 연봉 수준은 평균 6394만원이다. 정씨도 비슷한 액수를 받는다.

반면 92년 서울대 인문계열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한 정모(45)씨는 8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일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다. 그는 “20년 가까이 구조조정·승진 등의 ‘경쟁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며 “연봉이 곧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털어놨다.

명문대를 나와 좋은 직장을 잡아 돈을 잘 번다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설문 조사에 응한 82·92·2002년 대학 졸업자 가운데 SKY대 출신 상당수는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삼성의 임원 김모(53)씨는 “상위권대를 나와 25년간 좋은 직장을 다녔지만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전문직에 대한 부러움이 커진다”고 말했다. 82년 대졸자인 김남경(54) 서울현대직업전문학교 이사장은 “명문대를 나와 좋은 직장을 다닌 사람도 50세가 넘으면 인생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다”며 “제2, 제3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학력이나 학벌은 수명이 늘어난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글=강홍준·김성탁·이원진·박수련·김민상 사회부문 기자, 이종찬 경제부문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