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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오프라 윈프리의 전쟁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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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새해 조용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미국 매체들은 ‘전쟁’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습관과의 전쟁이다. 통화는 물론 문자나 e-메일을 주고받는 행동도 일절 하지 말자는 것이다.

오프라는 이 전쟁에 동참할 사람을 모으기 위해 그의 웹사이트 오프라닷컴(Oprah.com)에 ‘노 폰 존(No Phone Zone)’이란 코너를 만들었다. 이 코너에서 오프라는 사람들에게 운전 중 휴대전화를 쓰지 않겠다고 서약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나는 내 차량을 노 폰 존으로 만들 것을 서약합니다’로 시작하는 서약문은 다른 운전자에게도 이같이 행동할 것을 촉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8일 서약 코너가 개설된 이래 10여 일 만에 7만6000여 명이 참여했다.

오프라의 노 폰 존 운동은 그가 진행하는 윈프리 쇼가 18일 ‘휴대전화 운전 사고’를 다룬 것과 동시에 시작됐다. 이날 방송에는 집 앞에서 차에 치여 숨진 소녀의 사연과 25명이 사망한 통근열차 충돌 사고 등이 소개됐다. 모두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쓰다 낸 사고였다. 문자를 보내다 사고를 내 두 명의 목숨을 빼앗은 사람도 출연해 과오를 뉘우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프라는 “운전 중에 통화하면 사고 위험이 정상운전 때보다 4배 높아지고 문자를 보내면 8배나 위험하다”며 “오늘이 여러분의 삶에서 중요한 날이 되기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미국 내 ‘휴대전화 운전’은 그 폐해가 심각하다. 미 교통부에 따르면 운전자가 통화를 하고 문자와 e-메일을 주고받느라 낸 사고로 매년 6000명이 사망하고 50만 명이 부상한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미 정부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미 교통부는 26일부터 트럭과 버스 운전사들이 운전 중 문자를 주고받다가 적발될 경우 최고 2750달러(약 320만원)의 벌금을 물게 했다.

한국도 고삐를 조일 때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방 주시 태만’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2008년 전체 교통사고의 62%를 차지했다. 이 중 휴대전화가 부른 사고율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마침 똑똑한 휴대전화라 불리는 스마트폰 열풍이 불고 있다. 3월이면 태블릿PC도 출시된다. 길과 맛집 안내는 물론이고 영화와 TV, 주식시세까지 볼 수 있는 손안의 마법사를 두드리고픈 유혹은 운전 중에도 더 커질 것이다.

이참에 ‘한국판 오프라의 전쟁’을 제안하고 싶다. 운전자들의 자발적인 서약과 참여의 바람을 일으키자는 것이다. 서약한 사람의 차엔 스티커도 붙여주고. 한술 더 떠 운전 중 휴대전화를 쓰다 단속된 사람들에게는 소유 차량을 운행할 때마다 노 폰 존을 강제하는 것도 고려해보자. 방법은 간단하다.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운전 중 휴대전화 자동 차단 서비스’를 채택하면 된다.

이 서비스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무선 기지국을 통해 차량의 이동이 확인되면 자동차 내 휴대전화 사용을 차단한다.물론 개인의 통신권을 제한하는 데 대한 반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막아줄 수도 있는데 이 정도의 불편은 감내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박경덕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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