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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강국의 비결③ 스웨덴

중앙일보

입력


‘교육강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교육제도는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핀란드, 뉴질랜드에 이어 세 번째로 복지천국 스웨덴의 교육환경을 소개한다. 22일 성북동 대사관저에서 라르스 바리외 스웨덴 대사의 부인 에바 바리외를 만났다.

외국 유학생도 등록금 면제 혜택

“한국의 직장맘들은 자녀교육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어요. 스웨덴에서는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교육복지가 잘 돼 있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답니다.” 섬유예술가인 바리외는 “일 때문에 아이교육에 소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보장하는 스웨덴의 교육복지를 자랑했다. 출산한 여성은 약 500일 간의 휴가를 받는다. 5살까지 다닐 수 있는 유아원 비용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 부담한다. 학교에는 스포츠·음악·미술 등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엄마들은 사교육에 대한 부담이 없다.

학생들은 7살이 되면 기초학교에 입학해 16세까지 의무교육을 받는다. 이 기간 동안 학비는 물론 공책·연필·급식·교통비·치과진료비까지도 무료다.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에도 직장인으로 간주, 학생들에게 일정한 급여를 준다. 박사과정을 밟는데 드는 비용도 180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바리외는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는 그만큼의 대가가 따른다”며 “스웨덴 대학은 졸업이 어렵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낙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에는 1백만 명의 이민자가 있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서도 여러 가지 교육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첫째는 학비지원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영어권 국가들이 외국 유학생들에게 비싼 학비를 받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 나라는 외국 학생들에게도 등록금을 면제해준다. 둘째는 스웨덴어가 서툰 외국 학생들을 위해 통역교사를 배치해주는 것이다. 바리외는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외국인 학생이 한 명만 있어도 전담 통역교사를 붙여준다”며 “한국어처럼 전공자를 찾기 힘든 언어에 대해서는 영어교사를 붙여줘 언어 때문에 겪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립학교 무한 경쟁으로 교육 질 높아져

바리외는 “1992년 사립학교 설립이 허용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1992년에 80여개에 불과하던 사립학교는 2005년에 800여 개로 늘어났다. 사립학교는 교사 평가,수준별 수업, 영어·스웨덴어 동시 수업 등 다양한 교육적 시도를 하고 있다. 반면, 공립학교는 학교에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활용,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교장들이 예비 학부모들에게 안내 책자를 보내는가 하면 저녁 모임을 결성해 수업을 미리 선보이기도 한다.

‘팀 티칭(Team Teaching) 수업’은 최근 학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새로운 수업방식이다. 예를 들어 수업주제가 ‘직물’이라면 영어·가정·수학 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가정교사는 직물의 특성이나 바느질 방법 등을 가르치고 수학교사는 직물의 치수와 땀의 개수 등을 활용해 수 개념을 이해시킨다. 영어교사는 이 모든 수업을 영어로 강의한다. 바리외는 “팀 티칭 수업은 교사들이 자신의 전문 교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자료를 준비하기 때문에 수준 높고 밀도 있는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해진 현대사회에서 팀 티칭 수업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학교 나름의 특성화 전략을 펴고 있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스웨덴 정부는 필수 과목 이외에는 학교별로 특정 영역을 집중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학교에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수학과 영어를 중점적으로 가르칠 수도 있고, 음악과 외국어를 강조한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고등학교 역시 국제화, 미디어 등 특정 분야를 강화해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연기에 관심이 많았던 제 막내딸은 스웨덴에서 ‘드라마’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극본도 직접 쓰고 의상도 직접 만들어 몇 차례 공연을 올리기도 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죠.”

부모는 자녀가 좋아하는 일 찾도록 격려

스웨덴에는 학원이 없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오후 3~4시쯤 집으로 돌아와 숙제를 하거나 친구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여가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바리외도 아이들과 정서적 교류를 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독서와 요리는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가장 좋은 활동”이라며 “대화와 관찰을 통해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찾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삐삐롱 스타킹’ 같은 스웨덴 동화를 읽고 영어로 감상을 나눴더니 독해력과 영어실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더라고요. 케이크와 쿠키 등을 함께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도 정서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구요. 아이는 아이답게 크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답니다.”

[사진설명]바리외 대사부인은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스웨덴 교육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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