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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현대건설,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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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부와 채권단.현대측 모두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끝을 알 수 없는 늪으로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 양상이다.

현대건설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해결이 늦어질 경우 '11.3 퇴출' 의 후유증과 맞물려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최근까지 제시된 현대건설 문제의 해법으로는 ▶적절한 자구를 바탕으로 한 독자생존▶출자전환▶법정관리 등이 꼽힌다.

각각의 해법이 득실 양면을 함께 갖고 있어 딱부러진 선택이 어렵다는 점이 고민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 가운데 '감자(減資) 후 출자전환' 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데 주로 모아졌다.

◇ 출자전환이 다수 의견〓당장 법정관리로 가는 것은 해외수주나 건설업계의 기반 붕괴.실업증가 등 충격이 큰 만큼 일단 출자전환을 통해 현대건설을 '반(半)정상' 상태로 끌고 가야 한다는 게 이유다.

이화여대 전주성 교수는 "현대건설은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인데, 지금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부채가 많기 때문" 이라며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하며, 출자전환 이상의 방안은 없다" 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동걸 박사는 "충격을 줄이고 시장의 혼란을 수습하려면 정부가 빨리 나서서 현대의 동의를 얻어 출자전환을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삼성금융연구원 김진영 금융팀장은 "출자전환이 현실적인 대안" 이라며 "해외 및 공공공사 수주가 불가능한 법정관리는 선택해선 안될 카드" 라고 지적했다.

출자전환이 실행될 경우 정몽헌(鄭夢憲)회장측의 경영권이 박탈되고, 따라서 적절한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국내외 수주와 시공을 해나가야 한다. 채권단은 대주주가 된 만큼 운영자금도 대야 한다.

유능한 경영자가 나서서 이른 시간 내에 경영을 정상화하지 못하면 채권단의 위험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 할수만 있다면 독자생존이 최선〓정부.채권단.현대측은 물론 가능하다면 독자생존이 최선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건설교통부 이명로 건설경제과장은 "국내공사 점유율이 10%가 넘고 해외공사 수주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대가 퇴출될 경우 경부고속철도.경인운하 등 사회간접자본(SOC)공사 차질과 해외공사 수주 중단 등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대로 하여금 시장이 납득할 만한 자구안을 마련토록 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이강원 부사장은 "현대건설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살리는 쪽에 무게를 둬야 한다" 고 말했다.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이사는 "망할 건 망하게 하자는 얘기는 하긴 쉽지만 무책임한 말" 이라며 "현대가 과거 삼성자동차를 처리한 삼성의 경우처럼 '최선' 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시장신뢰를 회복, 독자생존이 가능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 법정관리 불가피론도 확산〓추가 자금지원이 불가피한 출자전환에 비해 법정관리는 무엇보다 손실을 현 수준에서 끊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씨티은행 오석태 부장은 "홀로 살 가능성이 없으면 법정관리에 넣어야 한다" 며 "출자전환을 했다가 현대가 더 어려워지면 은행은 물론 경제 전반에 더 큰 충격을 주게 된다" 고 말했다.

D건설 임원은 "빨리 법정관리에 넣고 해외부문과 국내부문을 분리, 해외쪽의 적자부분은 정부가 지원해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며 "정부가 주장하는 출자전환은 사실상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국민부담만 늘릴 가능성이 크다" 고 주장했다.

자유기업원 민병균 원장은 "가족이 나서서 현대건설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건 그룹이 반쯤 해체된 현 상황에선 가능성이 없다" 며 "현대건설은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정부는 연쇄도산.실업 방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할 때" 라고 말했다.

◇ 다른 대안은 없나〓향영 21세기 리스크컨설팅의 이정조 사장은 워크아웃을 제안했다.

동아건설과 달리 현대건설은 채권단이 출자전환 등을 통해 빚을 1조원 정도만 줄여준다면 영업이익으로 충분히 회사를 꾸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한 교수는 "현대건설도 대우차도 청산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그는 "두 회사 모두 과잉설비로 인해 오늘에 이른 만큼 조기에 정리해야 한다" 며 "출자전환이나 법정관리로 생명을 연장한다고 해서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고 주장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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