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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준 게이트]대조적 답변 스타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6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 나온 정현준(鄭炫埈)한국디지탈라인(KDL)사장과 이경자(李京子)동방금고 부회장은 대조적이었다.

李부회장은 쏟아지는 질문에 "전혀 아닙니다" "모르는 일입니다" 라고 여유있게 단답식으로 받아 넘겼다.

반면 鄭사장은 "잘못을 인정한다" "(여권실세에 대해)들었다" 며 비교적 자세히 상황을 곁들여 설명하려고 했다.

◇ 대조적 답변 스타일〓李부회장의 표정은 전체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입을 꽉 다문 채 가끔씩 양미간을 잔뜩 좁혀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사기전과가 몇번이나 있느냐" (자민련 安大崙의원)는 질문에는 "여기까지 온 것도 그런데 얘기 못한다" 고 잘랐다.

"무슨 소리냐. 답변하라" 고 安의원이 계속 다그쳤지만 끝내 시선을 천장에 둔 채 입을 다물었다.

李부회장은 답변 도중 鄭사장에 대해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鄭사장이 답변할 때는 눈길을 돌렸고, 鄭사장에 대해 얘기할 때도 손가락으로 鄭사장을 가리킬 뿐 눈길을 주지않았다.

鄭사장이 "이경자 부회장으로부터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과 김홍일(金弘一)의원을 안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 말하자, 李부회장은 얼굴을 붉힌 채 "기가 막혀" 라며 혼잣말을 내뱉기도 했다.

李부회장은 "검찰에서 철야 조사받느라 몸이 아프지만 힘이 난다. 정현준씨가 너무 거짓말을 잘 하기 때문" 이라고 농담을 섞기도 했다. 반면 鄭사장은 답변 내내 불안하고 초조한듯 눈동자를 껌뻑였다. 증인선서를 하는 그의 목소리도 가늘게 떨렸다.

"가족들 사정이 말이 아닌 줄 안다. 개인적으로는 억울한 점도 있을 것" (徐相燮의원)는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자 눈시울을 붉혔다.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의원이 "부인이 임신 중인 걸로 안다. 돈이 없어 병원에도 못가 몸이 안좋은 걸로 아는데 억울한 점이 많을 것" 이라고 말하자 鄭사장은 끝내 안경을 벗고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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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느냐" 고 의원들이 추궁하자 鄭사장은 "젊은 사람으로 누구를 탓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다" 며 의원석을 바라봤다.

◇한나라당 실망〓한나라당 의원들은 李부회장과 鄭사장의 답변이 별 소득없이 평이하게 진행되자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정치권 실세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는 李부회장의 답변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한 의원은 "보통이 아니구만. 저렇게 거짓말을 해대니 특검제를 해야 실체가 드러나겠군" 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아무 것도 내용이 없는 걸 가지고 난리를 쳤구만" 이라고 주장했다.

이수호.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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