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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 K·K·K·P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6대 국회 첫 국감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법사위의 2일 국감은 부장판사 출신인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창원을)의원이 여권실세 'K.K.K' 의 실제 이름을 공개 거론, 여섯 차례나 정회를 거듭하는 파행을 겪었다.

◇ 실명 거론 순간〓낮 12시10분 여섯번째 질문자인 李의원이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일문일답에 나섰다.

李의원은 "동방사건을 성역 없이 수사할 의지가 있느냐" 고 물은 뒤 "그렇다" 는 朴총장의 답변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실명을 거론했다.

▶李의원〓증권가에 유포되는 소문에 따르면 K.K.K가 원외는 민주당 권노갑씨, 원내는 김옥두.김홍일 의원이고 차관급 실세 P씨는 박준영 수석이라고 한다. 맞나?

▶朴총장〓알 수 없다.

▶李〓정현준씨가 검찰수사 도중 명단을 얘기했다는데.

▶朴〓보고받은 일 없고 구체적인 명단 유무는 모른다.

▶李〓권력실세들이 돈놀이 해 총선자금으로 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 거듭된 정회사태〓李의원의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함승희(咸承熙.서울 노원갑)의원은 "국정감사법 제8조에 금지된 사생활 침해 발언으로 삭제해야 한다" 고 했다.

배기선(裵基善.부천 원미을)의원은 "국감을 동료의원 도살장으로 만들고 있다" 며 "이 상태로는 계속할 수 없다" 고 책상을 치며 일어났고 정회로 이어졌다.

휴게실로 옮긴 민주당 의원들은 "이회창 총재 지시다" (裵의원)라며 李의원의 사과와 속기록 삭제를 요구했다.

오후 4시 속개되자 민주당 천정배(千正培.안산을)의원은 "국회윤리위서 이주영 의원의 제명이나 제재를 거론해야 한다" 고 말했다.

민주당측은 한나라당 지도부 사주론도 제기했다. 李의원의 발언 전 정창화(鄭昌和)총무 등 당 3역이 법사위 국감장을 찾아 노란 서류봉투를 최연희(崔鉛熙.동해 - 삼척)간사에게 전달했기 때문.

반면 한나라당측은 "시중의 의혹을 국민대표인 의원이 묻는 건 당연한 책무인데 당 3역이 시켰다는 건 동료의원을 비하하는 것" (金容鈞.산청 - 합천)이라고 맞받아 다시 정회됐다.

◇ 검찰총장의 확인〓의원들간의 논란은 즉석확인 주장으로 번졌고 朴총장은 오후 5시쯤 "정현준 펀드 가입자명단을 방금 서울지검으로부터 받았다" 며 "확인이 가능하다" 고 밝혔다.

그러자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은 "오전에 우리 당이 물을 땐 자료를 챙기지 못했다고 하더니 여당의원들이 요구하니까 자료를 가져왔다" 며 "검찰과 여당이 사전에 얘기를 맞춘 인상이 든다" 고 했다.

결국 양당 간사 합의로 朴총장은 신승남(愼承男)차장검사와 국감장에서 직접 명단을 확인했고 "李의원이 말한 4명의 명단은 여기에 없다" 고 대답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실무근으로 확인됐으니 분명히 사과하라" 고 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차명일 수 있으니 정현준씨를 증인으로 채택해 확인하자" 고 재차 요구, 공방 끝에 민주당 의원들은 밤 10시30분쯤 국감장을 퇴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李의원 사과와 속기록 삭제가 없으면 3일 국감도 무의미하다" 는 성명을 냈다.

최상연.박승희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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