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맛집 풍경] 가볼 만한 찻집 세곳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계절의 변화에도 아랑곳없이 회색빛 빌딩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도시인들. 아스팔트 위에 나뒹구는 플라타너스 낙엽을 보며 깊어가는 가을을 아쉬워한다.

그렇지만 도심 속에서도 노랗게 물든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늦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찻집이 있다.

*** 가족 나들이 제격… 오후 6시 문닫아

◇ 성곡미술관 찻집〓돌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야외조각 공원 숲에 사면이 유리로 된 통나무집.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구세군회관 뒤쪽에 있는 곳으로, 시내 한복판이라고 믿기 힘들만치 깊은 숲속에서나 느낄 수 있는 늦가을의 기운이 가득하다. 실내에는 고작 12개의 자리, 나무바닥 테라스에도 18개의 좌석뿐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은은하게 흐르는 '모래시계' 주제곡이 가을의 끝자락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주말이면 전시관을 찾는 가족 손님들이 많다.

아빠는 지리산 새순만을 골라서 담가 둔 솔잎차, 엄마는 미용에 좋다는 매실차, 아이들은 달콤한 코코아의 유혹에 넘어간다.

값은 각각 3천5백원. 특히 이곳에서는 미술관 곽문순 관장이 매일 구워내는 호두쿠키(개당 7백원)가 인기.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맛이다.

목조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마시는 맑은 공기는 덤이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오후 6시면 닫는 게 아쉽다. 미술관 휴무일인 월요일은 쉰다. 02 - 734-4130.

*** 松茶 일품… 감 주렁주렁 운치 더해

◇ 수연산방〓혜화동 로터리에서 서울과학기술고등학교를 지나 만나는 성북동 고급주택가 입구에 자리 잡은 있는 곳. 우리나라 단편소설의 선구자인 이태준 선생이 1930년에 지은 전통한옥으로 외종손녀인 주인이 98년 여름부터 찻집으로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혼자 있어도 좋고 오랜만에 만난 말벗이 있다면 더욱 즐거워진다. 사랑방이든 건넌방이든 방문 너머로 보이는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이 운치를 더한다.

햇살이 좋은 날에는 쪽문 밖 풍경이 동양화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 솔방울과 솔잎을 직접 달여 만든 송차(4천5백원)가 이 집의 자랑인데 독하지 않고 그윽한 향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여성들이 많이 찾는 대추차(4천원)나 오미자차(3천5백원)도 그윽하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30분~오후 10시30분. 02-765-3832.

*** 25년 전통의 비엔나커피에 핫케이크

◇ 가무〓명동 유네스코 빌딩 옆 골목에서 충무로로 올라가는 길의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다.

비록 창 너머 펼쳐진 풍경이지만 가을빛에 물들어가는 숲과 잔디가 눈에 가득 찬다. 바로 중국대사관 정원의 모습이다. 생크림이 얹어진 비엔나커피(4천원)로 25년째 영업 중이다. 곁들여 나오는 핫케이크는 부드럽고 달콤하다.

창가의 자리는 연애시절 추억을 되살리려는 40대 부부와 추억 만들기가 한창인 20대 연인들이 주로 차지한다.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10시30분. 02-776-3141.

유지상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