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네마 홀] 잘 나가는 영화 주식시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한국영화 시장에 때아닌 사이버 주식바람이 불고 있다. 일반증시는 무기력함 자체지만 영화 주식시장은 활황이다. 일종의 개미투자가들이 푼돈을 들고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단 수익률은 좋은 편이다. 최근 한국영화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투자 대비 이익률이 좋아졌기 때문. 올 초 서비스를 개시한 인츠필름(http://film.intz.com)을 보자.

올해 인츠필름이 네티즌을 통해 제작비의 일부를 모금한 작품은 '반칙왕'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킬리만자로' '동감' '공동경비구역 JSA' '단적비연수' 등 여섯 편. 편당 1억원을 인터넷으로 공모했다.

이중 '킬리만자로' (-56%)를 제외하곤 성적이 좋은 편이다.

아직 정산이 끝나지 않은 '…JSA' 와 '죽거나…' 가 각각 1백%, 30%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이며, '반칙왕' (97%), '동감' (40%)도 선전했다.

'단적비연수' 는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 각 작품에는 평균 4백여명의 투자자가 몰렸다.

9월 18일 개장한 IP닉스는 일반 주식시장을 닮았다.

투자액 대비 수익을 분배하는 인츠필름과 달리 상영기간 중에도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지난 28일 개봉한 '하면 된다' 가 첫번째 경우. 주당 5천원에 주식을 산 투자자들(총 1억원)은 언제라도 타인에게 주식을 팔 수 있다.

물론 주가는 흥행성적에 좌우된다. IP닉스는 향후 작품에 따라 공모액을 2억~5억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달 4일 오픈한 엔터펀드(http://enterfund.simmani.com)도 영화 '리베라메' 와 '화양연화' 의 제작.마케팅비를 각각 1억원, 8천만원(주당 1만원)씩 공모해 현재 인터넷에서 거래하고 있다.

영화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은 인터넷 이용 확산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풀이된다.

우리보다 영화 증시가 활성화한 미국에선 인터넷 주가를 영화의 흥행 여부를 판단하는 시금석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영화주식을 구매한 사람들은 주가를 올리려고 주변 사람에게 영화홍보에 열성이다. 제작사로선 '걸어다니는 안내판' 이다.

반면 주의할 점도 많다. 아직은 소액 투자에 불과하지만 영화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배우.감독.제작사.배급사 등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실패할 확률이 낮다. 최근 한국영화가 잘 된다고 무작정 뛰어들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영화를 흥행으로만 판단하려는 저급한 상업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인츠필름 김정영 부장은 "능력은 있으나 제작비 확보가 어려운 신인감독, 창의성 있는 독립영화 등의 종잣돈을 마련해 한국영화의 토대를 단단하게 다지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