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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보험가입 아직 미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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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정수기 제조업체인 A사는 최근 소비자 김모씨에게서 누수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청구서를 받았다. 김씨가 외출한 사흘 동안 정수기 연결 부위에서 물이 흘러 건물 14층에 위치한 김씨의 사무실과 아래층인 2~13층 사무실까지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A사는 김씨 사무실의 바닥과 아래층 사무실의 천장.바닥.벽을 재시공하고, 물에 젖은 가전제품 교체및 공사기간에 사무실을 비워야 하는 비용까지 포함해 수천만원을 물어줘야 할 형편이다.

제조물책임(PL. Product Liability)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2년 7월 이전에는 제품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는 것을 소비자가 조목조목 입증해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PL법 이후에는 소비자가 제품 때문에 피해를 볼 가능성만 있어도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보상 범위 역시 피해 당사자가 아닌 관련 피해자 전체로 넓어졌다. 이에 따라 A사는 김씨는 물론 관련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액 대부분을 물어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PL 관련 사고가 급증하고, 배상 규모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협중앙회가 대한손해보험협회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PL 관련 사고는 121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74건)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협중앙회가 운영하는 PL 단체보험에 접수된 사고 건수도 올 1~8월에 23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4건)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평균 보험료 지급액은 지난해 600만원에서 올해 850만원으로 커졌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PL 관련 사고가 가장 많은 분야는 정수기.식품.의료기기 순으로 나타났다.

정수기의 경우 누수로 인한 사고가 많았으며, 식품은 식중독이나 이물질 발견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대부분이었다. 의료기기는 사용 후 부작용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의 PL 보험 가입 실적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PL 보험에 가입한 업체는 1만7194곳으로, 전체 제조.유통업체 수의 1.4% 수준에 불과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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