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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중국에 막힌 한국, 아시안게임 노메달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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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 바둑이 단체전에서 남녀 모두 중국에 크게 밀리고 있다. 이런 흐름은 결코 일시적인 것이 아니어서 잔뜩 기대해 온 올 10월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노메달’의 수모를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남자 단체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 한국은 이창호 9단 단 한 사람만 남았다. 중국은 구리·창하오·류싱 3명이 버티고 있어 역전이 힘들어 보인다. 여자단체전인 정관장배에서도 한국은 박지은 9단 한 사람뿐인데 3명이나 남은 중국 여자기사들의 실력이 워낙 막강해 남자 쪽보다 더욱 절망적인 상황이다. 한국도 뒤늦게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대표팀 구성 등 준비를 서두르고 있지만 현재의 분위기는 사뭇 비관적이다.

바둑이 사상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바둑 종목 금메달은 3개. 남자 단체, 여자 단체, 남녀 혼성(페어)이다. 즉 개인전 위주가 아니라 단체 위주고 페어 바둑을 넣어 여자의 영향력이 커졌다.

한데 여자바둑은 중국이 압도적 강세다. 2년 전만 해도 한국이 세계 여자대회를 휩쓸곤 했는데 중국이 남자 기사들을 앞세워 체계적으로 여자대표팀을 훈련시키면서 상황이 180도 변했다. 한·중·일 여자국가대항전인 8회 정관장배는 새롭게 자란 중국 신예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표 참조>

현재 살아남은 기사는 중국이 재중동포인 송용혜 5단을 위시해 예쿠이 5단, 리허 2단 등 3명인 데 비해 한국은 박지은 9단 한 사람이고, 일본도 스즈키 아유미 4단 한 명만 남은 상태다. 박지은은 한국 여자바둑 최초의 9단이고 세 번이나 세계대회 개인전을 제패한 강자지만 남자 기사들과 거의 대등한 실력을 보이는 중국 신예들의 예봉을 모조리 막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월 1일 광저우에서 열리는 정관장배 최종라운드는 박지은 대 송용혜의 대결로 시작된다.

중국 여자바둑이 급속도로 강해진 것은 남자 기사들과의 훈련 덕분이다. 최근 한국도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양재호 9단, 코치로 윤현석 9단을 선임하고 준비에 들어갔지만 단기간에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중국이 만약 여자단체와 페어를 가져간다면 남는 것은 남자 단체뿐이다. 하나 최근 끝난 농심신라면배 2라운드까지의 결과를 보면 역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표 참조>

한국은 초반 김지석 6단이 3연승을 거두며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중국의 복병 셰허 7단이 5연승을 거두면서 분위기는 대번 중국으로 넘어갔다.

또 셰허의 연승을 막은 일본의 마지막 주자 하네 나오키 9단에게 박영훈 9단이 패배하면서 한국은 주장 이창호 9단 혼자 남게 됐다.

한국 남자팀은 아직 감독이나 코치도 구성되지 않았다. 에이스 이세돌 9단은 복귀하자마자 “아시안게임 우승은 세계대회 우승보다 값지다. 선발전을 치르더라도 꼭 참가하고 싶다”고 시원하게 말하고 있다.

다만 집단 훈련에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남자팀은 선수단 구성도 힘들지만 훈련 방법 역시 아직 논의 중인 단계여서 갈 길이 더욱 멀어 보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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