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대축제] 무의탁 할머니 돕는 '거북이 봉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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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할머니 혹시 못 일어나실 정도로 몸이 불편해지면 전화기 1번 단추만 누르세요. " "으응… 이렇게 말이지…. "

31일 오후 경북 구미시 장천면 상장리 무의탁 김영진(70)할머니 집. 구미시 공무원 부인들로 구성된 거북이 봉사단(단장 金椿姬.53)회원들이 이틀째 할머니집을 방문, 비상시를 대비한 핫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할머니가 1번 단추를 누르자 조장을 맡은 김순희(金順姬.46)씨의 핸드폰이 울렸다.할머니는 핸드폰에서 울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회원들의 손목을 꼭잡았다. "이제 한시름 놨네…. " 할머니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거북이 봉사단 회원 77명은 9~10명씩 조를 짜 30일부터 이틀간 구미지역 무의탁 노인 여덟 가구를 찾았다. 첫 날은 허술한 집을 손질하고 청소와 빨래 봉사를 했다.

무을면의 이순임 할머니집에서 화장실을 보수했다. 재래식 화장실 벽은 금이 가고 지붕은 금새 떨어질 것같은 형세였다.

할머니는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해 손을 쓸 수 조차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회원들은 건물을 모두 뜯어낸 뒤 블럭으로 벽을 새로 쌓았다.

시멘트가 마르는 3일 뒤 슬레이트 천정도 올릴 참이다. 따뜻한 물로 걸레질을 할 수 있도록 보일러도 손봤다.

청소를 마치고 나서 할머니가 살아온 기구한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하기도 했다. 회원들은 앞으로 보름에 한 번씩 이들을 방문해 청소.빨래를 돕기로 했다.

발족한지 5년된 거북이 봉사단은 그동안 유휴지를 경작해 불우 이웃 돕기를 해왔다. 최근 급한 일을 돕는 '1472' (일사천리)전화와 인터넷에 '아지매' (http://azime.or.kr)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봉사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金단장은 "독거 노인을 도우면서 필요없는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 줄 필요성을 느꼈다" 며 "행정기관과 봉사활동을 접목하는 방안을 구상중" 이라고 말했다.

구미=송의호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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