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호프집 참사 1년] 부상자 71% 장기 후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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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57명이 목숨을 잃고 76명이 부상한 인천시 중구 인현동 호프집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는 30일로 1년이 된다.

부상자 중 일부는 아직도 입원해 있는 등 상당수가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보상도 완결되지 않았다.

당시 청소년들을 유혹했던 인현동의 현란한 네온사인은 사라졌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고교생들의 유흥업소 출입이 여전하고 화재 무방비도 개선되지 않았다.

◇ 아물지 않은 상처〓중앙길병원에 입원 중인 정석영(17.선인고 2년 휴학)군은 당시 유독가스에 질식해 뇌기능을 상실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식물인간 상태다.

아들을 간호하느라 직장까지 휴직한 아버지 정윤용(46)씨는 "아들이 평생 침상에 누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앞이 캄캄해진다" 고 한숨을 쉬었다.

부상자대책위원장 노익환(50)씨는 "부상자의 71%가 심한 화상으로 장기 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보상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다. 부상자 76명 중 16명만이 '치료비와 위로비 3천만원' 이라는 인천시 보상안을 수용했고 나머지 60명은 아직 합의를 보지 못했다.

사망자에겐 장례비 3백50만원을 포함해 1인당 1억8천여만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보상이 마무리됐다.

◇ 관련 공무원〓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돼 직위해제됐던 공무원 19명(경찰 11명.행정공무원 7명.소방공무원 1명) 가운데 9명은 아직도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며 재판을 받고 있다.

중구청 K과장은 지난 2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같은 과 과장으로 복직했고, 불구속 기소됐던 C국장과 I팀장도 주요 보직을 유지하고 있다.

◇ 인현동 거리〓불이 난 호프집 주변 업소 가운데 영업을 포기하고 아예 문을 닫아버린 당구장.노래방.술집이 30여곳에 이른다.

호프집 건물 2층은 지난 7월 새롭게 단장했지만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아 빈 상태며, 호프집 주인 정성갑(36)씨가 운영했던 바로 옆 4층건물은 사건 직후 세입자가 모두 나가 건물 전체가 비어있다.

하지만 인천 주안역 앞 속칭 '2030' 거리의 유흥업소에는 1년 전 인현동 모습 그대로 미성년자 출입이 빈번하다.

인천〓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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