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의 뜨거운 감자, 국제 금융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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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열리는 회의장 입구에서 경비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포럼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27일부터 5일간 열린다. [다보스 AP=연합뉴스]

올해로 40돌을 맞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27일(현지시간)부터 5일간 열린다. 30개국 정상들과 90여 개 나라에서 모인 각계 인사 2500명이 참석한다. ‘더 나은 세계 건설’이 주제다.

하지만 뜨거운 감자는 국제 금융 규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진단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규제 강화가 논의된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금융 규제안을 놓고 설전도 벌어질 전망이다. 금융회사들은 반대하고 있지만 오바마에 대한 지지도 만만치 않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6일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은행이 실물 경제에 대한 자금 조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려면 규제가 필요하다”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협력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지에서도 미국의 규제안에 대한 지지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신흥국들도 금융 규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6일 “다보스포럼에서 금융 규제를 강화해 세계 금융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어떤 형태로든 통일된 은행 규제를 위한 진전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금융계 인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려 불참했던 인사들이 이번 포럼에는 대부분 참석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미국 월가 고위 관계자들이 스위스 다보스로 발길을 향하고 있는 이유는 당국자들을 만나 오바마의 의지를 완화시키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FT에 따르면 금융계 인사들은 비공개적 행사에 참여하면서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계획 중이다.

신흥국과 선진국의 힘겨루기도 이번 포럼의 관전 포인트다. BBC는 “올해 다보스가 상징하는 핵심적인 변화 중 하나는 단연 권력의 이동”이라고 분석했다. 1976년 7개 국가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2%를 나눠 가졌다. 그러나 신흥국이 약진했다. 신흥국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년에 24%에서 2008년 35%로 커졌다.

NYT는 “90년대 경제위기를 겪었던 신흥국가들이 최근의 경제위기에선 오히려 위기 극복을 이끌고 있다”며 “높아진 경제적 위상만큼 국제 사회에서의 발언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워싱턴 포스트(WP)는 “선진국들이 경제위기로 타격을 입는 사이 주요 20개국(G20)이 부상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 현실이 된 것은 아니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포럼에서 특별연설을 한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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