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루이나이웨이-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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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땅을 치고 후회할 白 34

제2보 (27~49)〓27부터 중앙을 향해 뛰어나간다. 33까지 순탄한 모습. 그 다음이 고비다.

순리라면 '참고도' 백1로 뛰는 것이다. 그러나 芮9단은 판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여간해서 다음 수를 두려하지 않는다.

'참고도' 를 다시 보자. 백1이면 흑2가 선수다.

이 수에 백3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여전사' 芮9단으로서는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흑4로 상변이 넓어진다는 것도 싫다.

그러나 홍태선8단은 검토실의 여론을 청취한 다음 다른 시각의 얘기를 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백1은 천하의 대세점이며 이 수가 있어야 백은 좌변일대를 키울 수 있다는 것. 백1은 축머리 구실도 하고 있어 흑A의 끼움수를 예방하고 있으며 흑2에는 백3으로 살아두면 그만 아니냐는 것.

비슷한 이론을 지닌 일류 전문가라도 일단 상황이 전개되면 이처럼 심한 의견 차이가 일어난다. 그러니 훨씬 복잡한 세상사를 놓고 떠드는 비전문가들의 생각은 얼마나 다를 것인지 상상이 간다.

35는 아무튼 준엄하기 짝이 없어 백은 고통스럽다. 36으로 급소를 짚으면 그런대로 수습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李3단은 37이란 예측불허의 호착으로 백을 계속 핍박하고 나선 것이다. 芮9단은 결국 34를 후회하게 됐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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