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에 무관용 … 형사 처벌은 물론 돈으로 책임 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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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법원이 폭력 시위의 책임을 100% 인정한 2007년 7월 27일 민주노총의 시위 장면. 노조원들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 당시 시위대의 폭행으로 경찰관 23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집회 질서유지는 참가자가 자발적으로 협조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참가자들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5부가 폭력 집회로 인한 피해에 대해 이 집회를 주최한 민주노총의 책임을 60%라고 판결하면서 내세운 이유다. “100%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었다. 같은 달 민사항소6부도 1심 판결을 깨고 민주노총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항소5부는 경찰버스 파손, 항소6부는 경찰관 상해에 대한 것이었지만 “손해의 공평한 분담 차원에서 주최 측이 100%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에선 같은 취지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두 판결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주최 측이 질서를 유지하는 데 능력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노총 측이 “경찰의 손해배상 청구는 집회의 자유와 노동기본권을 부당하게 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책임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며 주최 측에 집회 전반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으로 집회 주최자가 ‘집회를 열긴 했지만 이후의 과정은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폭력 집회의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김강욱 대변인은 “불법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추구한다는 정부 방침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불법 집회와 정치 목적 파업 등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선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책임까지 추궁할 것”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2007년 민주노총 집회를 주도한 일부 조합원이 구속기소됐다. 대검 관계자는 “당연히 내려졌어야 할 결론이 나온 것”이라며 “집회 및 시위의 부작용에 대해 책임을 지는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8월 ”쌍용차 평택공장 점거 폭력 시위로 피해를 봤다”며 민주노총·금속노조·쌍용차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었다. 지난달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코레일은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과잉진압 논란 경찰관 무혐의=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지난해 집회에서 시민을 폭행한 혐의로 고소된 경찰관과 주상용 당시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책임자 3명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고소인이 낸 증거만으로는 당시 경찰관이 과잉진압을 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없었고, 주 청장 등은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터넷방송 리포터 김모씨는 “지난해 6월 10일 범국민대회에서 취재 표지를 부착했는데도 경찰이 이를 무시한 채 봉을 휘두르며 연행하려 했다”며 해당 경찰과 지휘부를 고소했다. 민변 측은 “방송 카메라에 폭행 장면이 그대로 찍혔는데도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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