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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나 청년 취업 프로젝트] 의뢰인 정종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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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거푸집 짜고 ‘공구리’(콘크리트) 붓는 데서 매력을 느꼈죠.” 정종경(25)씨의 입에선 ‘현장 용어’가 술술 나왔다. 그는 “ 새로운 걸 만든다는 게 건축의 매력”이라며 “그 매력에 빠져 한 길만 바라봤다”고 말했다. 정씨가 건축인의 꿈을 갖게 된 건 고등학교 시절이다. 부천공고 건축과 시절 전국기능경기대회에 나가 장식 미술 분야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 덕분에 국가대표로 뽑혀 세계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한 경험도 갖고 있다. 대학 시절에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건축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다. “ 입사지원 서류를 세어봤더니 300곳이 넘었다”고 털어놓은 정씨.

그는 “기능경기대회 출신 선후배 중에서 아직까지 건축 일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 나는 꿈을 좇고 싶다”고 말했다. 자문단은 그에게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수상 소개 많다 보니 지원 동기 설명이 부족

STEP 1 서류 집중 분석  이력서
 다양한 수상 경력과 자격증이 눈길을 끈다. 특히 세계기능대회에 참가해 메달을 땄다는 점이 다른 지원자에 비해 두드러진다. 이병찬 GS칼텍스 인사지원팀장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은 채점관도 알아보게 마련”이라며 “대회 수상 경험을 지원 회사가 추구하는 기업가치와 연결할 수 있다면 좋은 이력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상 경력을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 무슨 기술로 수상했는지 간단하게 덧붙이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채점관은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해야 할 부분이 있다. (모의 면접장에서 언급한) 인테리어업체 아르바이트 경험이 그렇다. 다양한 수상 경력만큼이나 채점관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실전’ 경험이다. 빠뜨리지 말고 적어야 한다.

뺄 부분도 있다. 정씨는 희망 직종란에 ‘교사’도 넣었다. 하지만 관련 경험이 부족하므로 빼는 게 낫다. 정씨가 갖고 있는 기술·경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설계·디자인·시공 분야에 집중하라.

자기소개서 ‘고교 시절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상 경력 및 장식미술 분야에 대한 설명으로 전체 내용의 70%가량을 채웠다. 세계대회에서 수상하고, 훈장을 탄 건 내세울 만한 경력이다. 하지만 2002~2003년 이야기로만 자기소개서를 채우려고 하면 안 된다. 채점관이 궁금해하는 건 정씨의 최근 경력이다. 최영미 한국HP 인사담당 이사는 “대학 시절 교외활동·인간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희망 직종 관련 경험을 담아 정씨가 최근 5년 동안 어떤 일을 했고, 무슨 생각을 한 사람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씨가 건축공학과에서 공부하면서 경험했던 팀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하라는 것이다.

수상 경력 소개가 많다 보니 지원 동기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잘한다’는 것과 ‘하고 싶다’는 것은 다르다. 정씨의 자기소개를 보면 ‘잘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지원 동기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입사지원 동기는 모든 자기소개서에 포함되는 내용이다. 따라서 입사지원 동기는 지원 회사의 업종, 직무의 특성, 회사의 비전과 조직문화에 걸맞게 써야 한다. 정씨가 쌓은 역량·경험을 회사의 가치관이나 인재관에 맞도록 설명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이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준비 과정에서 (회사가 요구하는) 역량을 쌓게 됐으며 ▶역량을 바탕으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야 한다. 특히 정씨가 갖고 있는 비전이 회사의 비전과 일치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서류전형 평가 정씨는 강점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고교 시절 기능경기대회 수상 경력이다. 최영미 이사는 “강점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쓰는 지원자가 많다”며 “정씨는 스스로의 강점이 뭔지 알고 일관되게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점을 수상 경력에만 집중했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이병찬 팀장은 “‘선택과 집중’이 지나쳤다”고 말했다. 정씨는 대회 수상 경력도 갖고 있지만 건축공학과 전공 경력, 건설 현장 경험도 있다. 최근 경험을 추가해야 한다.

아르바이트 경험 곁들여 성실성.정신력 잘 보여줬다

정종경씨가 서울 역삼동 GS칼텍스 본사에서 이병찬 인사팀장(오른쪽), 박희성 차장에게 모의면접을 받고 있다. [김상선 기자]


STEP 2 면접 집중 분석
 Q 자기 소개를 한다면.

A 올해 스물다섯 살 된 정종경이다. 특이사항이라면 고교 때 기능반에서 배운 기술로 전국대회·국제대회에서 수상했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 오전·오후에는 일하고 야간에 대학을 다니면서 건축공학을 공부했다. 바쁘게 지내느라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특별한 경력을 쌓은 것은 없다. 하지만 내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현재는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껴 현장에서 일한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청년이다.

▶ 이력서·자기소개서에 있는 내용이다. 채점관이 이미 알고 있다는 말이다. 서류 내용을 요약해서 답한다면 면접관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서류에서 찾을 수 없는 새로운 내용을 내세워 답변해야 한다.

Q 올해 목표는.

A 건축 관련 자격증을 따서 취업하는 것이다.

▶ 자격증은 (대기업)건설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항목이다. 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현장 책임자로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빨리 따 놓을 것을 추천한다. 덧붙여 수상 경력이 최고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수상 경력이 없더라도 현장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원하는 것은 수상 경력보다 오랜 현장 경험일 수 있다. 정씨는 건설 현장 아르바이트 경험도 갖고 있다. 자격증·수상 경력·현장 경험을 함께 내세우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Q 대학 시절은 어떻게 보냈는지.

A 낮에는 건설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밤에는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공부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 경험을 쌓고 싶어 대학 시절을 힘들지만 바쁘게 보냈다.

▶ 좋은 답변 포인트다. 정씨의 성실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업무는 육체적·정신적으로 고된 일이다. 강한 체력·정신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강점이 되는 부분이므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주간에는 아파트·상가·빌라 등 다양한 건설 현장에서 현장 경험을 익혔다. 야간에는 학교에서 이론을 배웠다. 자칫 이론만 배워 부족할 수 있었던 부분을 현장 경험을 통해 메울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이 건설 현장에서 일할 때 도움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는 건 어떨까.

Q 대학시절 팀 프로젝트 경험을 말해 본다면.

A 야간 수업 특성상 주간에 일을 마치고 수업을 듣는 학생이 많다. 각자 일로 바쁜 경우가 많아 팀 프로젝트를 함께할 경우가 별로 없었다. 프로젝트 주제마다 잘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주도해 하는 것이 보통이다. 내가 리더가 된 경우가 많았다.

▶ 실제 그렇더라도 강조해야 할 부분은 있다. ‘야간 수업 특성 때문에 팀 프로젝트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자발적으로 나서 프로젝트를 주도한 편이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호텔 설계 모형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4명의 팀원이 각자 역할을 맡아서 진행했는데 내가 리더였다. 리더로서 이런 장점을 보여줘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식으로 답하는 것이 좋다.

Q 건설 현장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건.

A 건물을 짓기 위해 돌산을 깎아낸 적이 있었다. 소음·먼지가 심해 주민을 찾아다니며 양해를 구했다. ‘소음이 날 텐데 죄송하다’며 조그마한 선물을 건넸다. 그런데 현장 선배가 들렀을 때 사람이 없는 집은 그냥 지나치더라. 맞벌이 부부라 하더라도 (집에 돌아왔을 때) 먼지 등 2차 피해가 있을 터다. 공사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이가 있다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신선한 부분을 짚었다. 건설 업무는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과 연결된 일이다. 따라서 ‘분쟁을 잘 조정·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란 믿음을 주는 것이 좋다. 정씨는 생생한 현장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좋은 답변이다.

STEP 3 총평 자문단은 “‘과거의 추억’에서 벗어나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정씨의 과거는 화려하다. 국가대표로 세계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땄고, 훈장도 받았다. 흔치 않은 경험이다. 하지만 그 경험만으로 취업하기엔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최영미 이사는 “정씨는 대학 시절에도 좋은 경험, 특히 현장 경험을 꾸준히 쌓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수상 경력에 집중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예로 들어 스스로를 소개하라”고 조언했다.

이병찬 팀장은 “현장에서 일해봤다는 것은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론과 실무를 모두 겪어봤다는 강점을 내세워 취업에 도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자문단

최영미 한국 HP 인사담당 이사

HP의 인사파트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국내 기업에서 인사 담당 임원으로 승진한 첫 번째 여성이다. 균형감 있는 접근과 여성 인력의 역량 개발에 관심이 많다. 특히 인력 채용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병찬 GS칼텍스 인사지원팀장

1990년 GS칼텍스에 입사했다.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 과정에서 서류와 면접전형(PT 면접, 개별 면접, 집단 면접) 때 채점관으로 참여한다. 입사 문제 출제, 평가 방법 개선 등 인력 채용의 전 과정을 지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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