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한글 수출 실현 가능성 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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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국인들이 한글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작가 이기열(65)씨는 8일 이런 모습을 그린 장편 소설 '천지인'을 내놨다. 3권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휴대전화를 개발해 10년 만에 연 매출 1조원대의 대기업을 키운 한 벤처사업가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넥스컴의 백승민 대표는 중국어를 한글로 표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한 대학교수를 만나 휴대전화와 함께 한글을 중국에 보급해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탄다. 한자로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받기 어려워하는 중국인들에게 편리한 한글의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소설 말미에 백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한글 수출에 나서게 된다.

"한글 타자기를 발명했던 공병우 선생은 한글은 금이요, 로마자는 은, 일본 가나는 동, 한자는 철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한글은 정보화 사회에 알맞게 발명된 문자입니다."

이씨의 한글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그의 소설 3권의 20쪽 정도가 한글의 우수성과 중국에 대한 보급 전략 등을 다뤘다. 소설 속의 한글 수출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국어를 한글로 표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실제 한 대학교수에 의해 개발이 거의 완료되어 있기도 하다.

이씨는 "중국이 중국어 발음 기호로 한글을 쓴다고 해서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니다"며 "현재 영어 발음 기호로 중국어를 표기하고 있는 데 중국어 발음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럴 바에야 중국어 발음을 완벽하게 표기하고, 며칠만 공부하면 배울 수 있는 한글을 쓰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 사람들은 靑島(청도)를 '칭다오'로 읽는다. 휴대전화로 '칭다오'라고 발음 나는 대로 한글로 써 보내면 수신자도 그 발음을 읽고, 靑島로 알아듣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논픽션 작가로 활동해왔다. 정보통신의 발전상을 그린 '소리없는 혁명' '안방에서 노다지 캔 농어촌 벤처 사업가 30인' 등 6권의 책을 썼다. 소설은 이번에 쓴 '천지인'이 처음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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