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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정치] 마이클 만 감독의 '인사이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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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사회에서 고발과 내부의 혁신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한 분야의 개혁을 위해선 내부에서 터져나온 한개의 목소리가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16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선 데이콤사장 출신 곽치영(郭治榮.민주당)의원에 대한 한국통신 직원들의 협박 e-메일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했던 郭의원이 한국통신의 부실경영을 지적한 것은 같은 업종의 내부자 목소리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내부 개혁의 목소리는 그 내부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16대 선거사범 기소를 둘러싸고 야당은 검찰 수사가 형평성을 잃었다며 검찰총장 탄핵권 행사를 벼르고 있는 반면 소장검사들은 정치권의 검찰권 개입을 성토하고 있다.

한 검사는 "국회의원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하려면 내부고발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내부고발자 없이는 증거가 없어 기소하기 힘들다" 고 말한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수사과정의 편파의혹에 대한 검찰 내부의 고발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내부개혁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영화론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실크우드' 가 수작으로 꼽힌다.

오클라호마의 케드멕기라는 핵공장의 비리를 평범한 여성 노동자 카렌 실크우드(메릴 스트립)가 내부 고발자가 돼 폭로하려고 애쓰는 과정이 긴박감 넘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실크우드는 뉴욕타임스에 폭로 자료를 가지고 가는 도중에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1972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영화화한 것으로, 동일한 사건이 '차이나 신드롬' (제임스 브리지스 감독)의 소재가 됐다.

최근 내부고발자 영화로는 마이클 만 감독의 '인사이더' 가 인상적이다. 전반부는 단선 구조로 이어져 박진감이 떨어지는 듯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의 묘미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감독은 이 작품에서 내부 고발자가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들을 다루고 있다. 제프리 와이건(러셀 크로)은 생화학과 내분비학 전공자로 담배회사 중역으로 있다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그런데 와이건은 그 회사의 엄청난 비리를 알고 있다.

니코틴이 폐로 빨리 흡수되고 뇌와 중추신경계를 더욱 흥분시킬 수 있도록 암모니아를 화학적으로 처리한 쿠멀린이라는 물질을 담배제조 과정에 첨가한 사실이다.

이에 대한 첩보를 접한 방송국 PD 로웰 버그먼(알 파치노)은 와이건에게 접근해 내부고발자가 되도록 부추긴다.

담배회사에서는 와이건이 입사할 때 회사 기밀을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는 약정서에 서명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법원에서 함구명령서까지 받아내 협박한다.

결국 와이건은 방송국 인터뷰에 응하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을 몰살하겠다는 e-메일이 날아오고 와이건의 아내는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이혼을 요구한다.

그러나 와이건의 인터뷰가 방영되려고 할 즈음 방송국 경영자들은 담배회사측의 소송을 두려워해 방송 불가 판정을 내린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로웰이 내부 고발자가 돼 방송국을 상대로 투쟁하는 상황으로 반전된다. 내부고발자의 행로엔 겹겹으로 구조적인 난관들이 둘러싸고 있음을 극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는 셈이다.

로웰이 동료 마이크에게 던지는 마지막 대사가 가슴을 찌른다. "정보를 주면 반드시 보호해주겠다는 정보는 어디서 얻죠?" 주인공들의 갈등과 고민은 동방상호신용금고의 수백억 불법대출 과정에서 이를 눈치챈 직원 40여명이 대주주의 불법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39억원을 명예퇴직금으로 따로 챙겼다는 사건의 전말과 대비를 이룬다.

사회 곳곳에 와이건과 로웰 같은 용기있는 내부 각성자들이 있어야 고질적인 비리들은 조금씩 드러나고 나라는 바로잡혀 나간다.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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