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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귀엽게올해 주얼리 흐름은 발랄

중앙선데이

입력

1 스테판 하프너의 프로미스 반지2 리더라인의 라 바그 컬렉션3 로베르토 코인사의 유닉 컬렉션 전갈 팔찌4 로베르토 코인사의 템테이션 컬렉션 (사진 신인섭 기자 )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에 위치한 비첸자(Vicenza)는 보석의 도시다. 이 도시에서 일 년에 세 번 열리는 비첸자오로 전시회는 전 세계의 주얼리 업자들이 놓쳐서는 안 되는 ‘MUST’ 전시회로 자리 잡았다. 특히 1월에 열리는 비첸자 퍼스트(Vicenza First)는 5월과 9월의 전시회에 비해 규모 면으로 보나 질적으로 보나 가장 중요한 전시회가 아닐 수 없다. 올해에도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엿새간 진행되었다.

장기간 지속되는 불황 속에 비첸자의 보석 회사 수는 1300여 개에서 500여 개로 줄었고 직원 수 역시 평균 80명에서 30명으로 감소했다. 이런 수치가 아니더라도 방문객들은 전시 때마다 하나둘씩 나타나지 않는 대형 회사들의 부스를 통해 불경기를 실감할 수 있다. 불경기라는 이름의 청소기가 승자와 패자를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장의 빈자리는 이제나저제나 좋은 자리가 나기만 기다리던 다른 이탈리아 회사나 고급 제품을 제작하는 홍콩이나 싱가포르·태국 회사들의 차지가 되고 있다.

불경기라지만 전시장은 첫날부터 전 세계에서 온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중에는 분주히 움직이는 한국의 귀금속 종사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치솟는 금값 때문인지 불황 때문인지 많은 회사가 가볍고 작은 주얼리를 신제품으로 선보였다. 가는 체인을 사용한 아이템들과 귀여운 캐릭터의 발랄한 주얼리들이 쇼윈도 안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탈리아 대표 브랜드인 다미아니의 신제품 중에는 다른 형태의 작은 다이아몬드를 함께 세팅해 하나의 큰 다이아몬드처럼 착각하게 만든 제품들도 있었는데 만일 실제 사이즈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 가격으로 책정되었다.

크기에 상관없이 이니셜(알파벳)을 사용한 반지와 펜던트들도 대인기였다. 이탈리아 브랜드 질오로(Giloro)에서 유행시킨 선을 사용한 주얼리는 어떤 형태라도 적은 중량의 금을 사용해 큰 볼륨을 줄 수 있기 때문에 3~4년이 지난 지금도 각광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도 금값의 영향을 받지 않고 눈에 띄는 신제품을 제작하는 회사들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블랙 다이아몬드와 브라운 다이아몬드 사이에 화이트 다이아몬드로 포인트를 준 파베스톤 반지, 다색의 유색보석이 함께 사용된 멀티 컬러 주얼리, 그리고 호랑이나 악어·전갈을 비롯한 동물형태의 목걸이나 팔찌 등이 이번 전시회를 선도하는 트랜드 중 하나였다. 전년도보다 사이즈는 더 커졌고 색상도 화려해졌다. 사이즈는 커졌지만 저렴한 팬시 다이아몬드나 컬러스톤을 사용했기 때문에 가격은 오히려 저렴해졌다. 낮은 가격으로 두 배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좋은 아이템들이다.

주얼리 제조업자들이 팔릴지 안 팔릴지 모르는 대작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드 이미지와 광고 효과를 위해서만이라고 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혹시라도 러시아나 중동의 갑부가 나타나 하나라도 사준다면 한 건 크게 했다라는 만족감이 들 수 있어서일까? 언젠가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시가를 훨씬 웃도는 가격으로 전 세계 VIP에게 팔릴 날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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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이탈리아 밀라노를 무대로 활약 중인 보석디자이너. 유럽을 돌며 각종 전시회를 보는 게 취미이자 특기. 『더 주얼』(2009)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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