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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부분보장제 시행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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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기와 강행을 놓고 논란이 거듭됐던 예금 부분보장제가 결국 당초 예정대로 내년 시행으로 결론났다. 대신 은행이 망해도 그 은행에 동일인 이름으로 들어 있는 예금은 5천만원까지 보장해 주기로 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한 은행에서 2억원까지 보장받는 셈이다.

정부가 이같은 절충안을 마련한 것은 시행 자체를 미룰 경우 개혁의지 후퇴로 비춰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행은 예정대로 하되 연기론자들의 강한 반발을 수용해 예금 보장한도를 이같이 올린 것이다.

예금 부분보장제 시행에 따라 앞으로 신용도가 낮은 금융기관에서 우량 금융기관으로의 자금이동은 불가피하게 됐다.

여기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외환자유화 조치와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가세함으로써 금융시장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 우여곡절 끝에 보장한도는 5천만원으로=정부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한도(당초 2천만원)를 소폭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학계를 중심으로 당초 계획대로 2천만원 한도로 내년부터 시행할 경우 15조~70조원의 자금이 이동,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연기론을 강하게 제기하자 몇 걸음 후퇴했다.

예금 부분보장 시행은 예금자보호법 시행령만 고치면 되기 때문에 당정협의가 사실상 최종결정이나 다름없다.

재경부 관계자는 "미국이 은행예금의 65%를 보장하고 선진국들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0.3배에서 10배까지 보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 며 "우리가 5천만원으로 보장한도를 정한 것은 은행의 개인예금을 66% 정도 보장하고 1인당 GDP의 5배 수준에서 정한 것" 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자기앞수표 결제자금 등을 넣어두는 별단예금과 당좌예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한푼도 받지 않는 데다 이를 부분보장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기업들의 상거래가 위축될 것을 감안해 3년간 전액 보장키로 했다. 9월 말 현재 별단예금과 당좌예금 규모는 총 19조9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 자금이동 얼마나 일어날까=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당정이 확정한 방안은 사실상 금융기관간 자금이동 충격을 최소화한 것" 으로 분석하고 "오히려 금융구조조정의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고 지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은행의 저축성 예금이 올 들어 9월까지 65조원이나 늘어나는 등 이미 자금이동이 상당부분 진행돼 향후 이동금액은 그리 많지 않을 것" 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기관이나 법인 자금인데 정부는 이것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은행의 경우 올 연말까지 공적자금 투입이 마무리되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10%를 충족하게 돼 파산위험이 없어지고, 기업들의 예금은 대부분 대출과 연계돼 쉽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 개인예금의 33%를 0.3%의 예금자가 가지고 있어 이중 일부는 해외나 외국계 은행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또 거액예금자들이 적지 않은 종금사나 신용금고는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송상훈.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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