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한류의 꿈, 공예문화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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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과 소재가 독특한 우리 공예품도 충분히 수출 상품이 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인사동 통인가게의 색동 지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해 ‘한식 세계화’의 화두를 던진 중앙일보가 올해에는 ‘한국 전통 공예 문화의 세계화’라는 연중 기획을 시작합니다. ‘또 다른 한류의 꿈, 공예 문화상품’ 기사를 매달 한 차례 월요일자 ‘Home&’ 섹션에 연재합니다.

서울의 전통문화 거리인 인사동 쌈지길의 자그마한 수예점 ‘빈콜렉션’은 일본 관광객들 사이의 명소다. 색동문양 등 한국 전통 디자인의 베개와 이불을 일본 도쿄 롯폰기 쇼핑몰 ‘미드타운’이 주문해 팔 정도다. 일본의 유명 잡지에 자주 소개된다. 연간 10억원대 매출의 70%가량을 외국인들이 올려준다.

우리나라 전통 공예상품을 외국인이 먼저 알아보고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통 한지(韓紙)를 만드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지장(紙匠) 장용훈 옹의 종이는 일본 100개 인테리어 회사가 채택할 정도다. 하지만 한국 공예 문화를 해외에 알리고 수출 산업화하는 움직임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한국공예문화진흥원은 지난 연말 ‘한국 공예의 해외 마케팅 전략’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지만 정확한 관련 통계조차 없는 현주소를 확인해야 했다. KOTRA에 따르면 한국 도자기류의 수출액은 2008년 현재 5500만 달러, 죽세공품은 440만 달러 등이었다. 하지만 주요 수출업체들과 일일이 접촉해 봤더니 장인의 혼이 밴 공예품이라기보다 양산 공산품에 가까웠다. KOTRA 해외사업컨설팅팀 이성기 과장은 “제법 규모 있는 공예 수출업체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

일찍이 19세기 말부터 서구에 전통미를 알린 일본은 물론이고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도 2000년대 들어 ‘공예상품의 세계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음식의 세계화’처럼 정부까지 나서 전통 공예품이나 특산품을 국가 브랜드화하고 수출상품으로 키우는 데 힘쓰고 있다. 더욱이 세계 디자인의 흐름이 자연주의·환경친화 쪽으로 기울면서 ‘아시안 디자인’이 뜨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의 유리공예 도시 오타루는 2003년부터 지역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오타루 유리 세계화’ 전략을 추진했다. ‘동아시아 부유층들이 오타루 유리를 사게 한다’는 목표 아래 해마다 홍콩·대만·중국 등지를 순회하며 특별 전시회를 열고 있다. 태국 정부는 지역 특산품을 브랜드화하는 ‘OTOP(한 고장, 한 특산품)’ 사업을 벌인다.

공예품 수출업체인 가와코리아의 강은정 사장은 “한국엔 자개·한지처럼 차별화되는 전통 공예 소재가 적잖다. 이를 해외 각국의 생활 문화와 접목하는 디자인을 개발하면 해외 진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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