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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트럭 300대분 쓰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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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주택공사가 건립한 아파트 밑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 처리를 놓고 주공과 재건축 추진 입주민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재건축이 이뤄지고 있는 대구시 북구 복현동 복현 주공3단지 입주민 80여명은 6일 중구 동성로 주택공사 대구.경북본부로 몰려가 "터파기 현장에서 나온 쓰레기 처리를 책임지라"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1984년 완공된 주공 3단지는 14.16평형 290세대(상가 4세대)로 2006년 2월까지 462세대(25~42평형)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주민들은 "기존 5층 아파트를 철거하고 터파기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쓰레기가 무더기로 나왔다"며 "쓰레기를 묻어 놓고 아파트를 건축한 주공이 처리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쓰레기 양이 적지 않다는 점. 조사 결과 묻혀 있는 쓰레기는 15t 덤프트럭 300대분(4400여t)인 3만5000㎥로 추정됐다. 대부분 폐비닐.천조각.빈병.연탄재 등 쉽게 썩지 않는 생활쓰레기로, 처리에만 6억~9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됐다. 이 비용을 놓고 입주민들로 구성된 재건축 조합과 주공이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조합 상무 김문환(45)씨는 "주공이 쓰레기 더미 위에 아파트를 짓고도 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밑의 쓰레기 때문에 20년된 아파트가 지반이 내려앉고 벽면과 바닥이 갈라져 비가 새는 등 고통을 겪었고 결국 재건축까지 추진하게 됐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주공 측은 "3단지를 건립할 때 터닦기를 끝낸 택지를 지주들로부터 매입해 파일을 박는 방법으로 공사를 했기 때문에 주공이 법적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주공 고객지원부 권봉근씨는"주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알겠지만 주공 본부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 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공이 처리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경우 국정감사 때 민원제기, 본사 앞 시위,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민.형사상 소송 등으로 강력 대응할 방침이어서 민원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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