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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태세 돌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이 가열하면서 사태가 제5차 중동전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12일 팔레스타인 군중에게 자국 병사 2명이 살해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청 건물들을 헬기 등으로 공격하자 아랍권은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에 분노를 표시했다.

여기에 미국도 예멘에 정박 중인 자국 구축함이 테러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4명이 사망한 데 대해 보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사태가 더욱 긴박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측 손실은 부상자 10여명 등에 그쳤고 이스라엘은 "상징적이고 제한된 공격" 이라고 밝혔지만 아랍권은 이스라엘이 무장헬기 등 공격용 무기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를 공격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전쟁' 이란 시각을 보이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 사태를 맞아 아랍권이 이례적으로 반 이스라엘이라는 기치 아래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의 대 이스라엘 강경국가인 이란.이라크.시리아는 물?강한 분노를 표시했으며, 오만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무역대표부를 폐쇄하고 이스라엘 주재 자국 무역관에 철수를 명령했다.

압델 메귀드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이 중대한 군사적 도발을 했다" 고 비난하고 "아랍이 이스라엘의 그런 습관에 팔짱을 끼고 앉아있지만은 않을 것" 이라고 경고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셰이크 자예드 빈 술탄 알 나하얀 대통령은 "이스라엘 공격으로부터 팔레스타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아랍.이슬람 정부들이 확고한 태도를 취하라" 고 촉구했다.

'전쟁' 이란 단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무력개입을 요구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태로 아랍권 내 강경파의 입김이 강해지고 이집트.요르단 등 온건파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집트.요르단은 사태 발생 직후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형제들에 대한 폭력을 전면 중단하라" 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수교한 이들은 지금까지 협상으로 사태를 풀 수 있다며 주변 아랍국가들을 설득해온 나라들이다.

만약 이들마저 주변 아랍국가들에 가세해 이스라엘과의 단교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든지, 테러단체가 돌출행위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중동에서 피의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

물론 변수가 많은 중동문제 특성상 극적인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태의 확실한 결론은 21~22일 카이로에서 아랍연맹 주최로 열릴 긴급 아랍정상회담에서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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