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6.15 선언 힘 실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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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일 오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 회의 도중 북.미 공동 성명이 긴급 안건으로 올려졌다.

위원장인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오후 5시 평양방송이 보도한 공동성명 전문(全文)과 분석자료를 놓고 북.미관계의 진전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꼼꼼히 따졌다.

정부는 북.미간 합의사항을 "6.15 공동선언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외교부 당국자)며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은 북.미관계뿐 아니라 남북간 화해.협력 발전에도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형기(金炯基)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정전(停戰)협정을 평화보장체계로 바꾸는 데 있어 4자회담의 유용성을 인정하는 등 이 문제가 더 이상 북.미만의 논의 거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중요한 대목" 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북한이 대미(對美)관계에 치중해 남북문제가 주춤거릴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데 대해 그는 "한반도 문제를 민족 내부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미국.일본과 함께 논의한다는 것은 우리가 원했던 방식" 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한이 공동성명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하는 등 과거의 통미봉남(通美封南)전략에서 벗어나 '남조선' 이란 실체를 인정하려는 변화를 보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현준(全賢俊)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북한과 북.미는 향후 상생(相生)의 관계를 유지할 것" 이라면서 "그러나 북한이 과거처럼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유인하고 경쟁시키는 전술을 구사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경의선(京義線)복구 착공 등 이벤트성 남북관계가 한반도 평화체제와 통일방안 논의 등으로 바뀌어 가는 데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국대 강성윤(姜聲允.북한학)교수는 "북한이 통일문제를 대남카드로 적극 들고 나올 수 있다" 면서 "클린턴의 방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서울 방문에 적극적 입장을 취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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