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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철납품 권력형 로비에 DJ조카도 포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친동생의 보좌관, 현직 장관의 조카사위, 전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권력실세 청탁' 을 미끼로 포항제철 납품업자로부터 거액의 로비자금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12일 포철 납품업체 대표 구용회(40)씨에게 "포철측이 해지한 납품계약을 다시 맺게 해주겠다" 며 1억9천만원을 받아 나눠 쓴 혐의(사기)로 문창일(45).김태호(43).김성권(37).윤여성(45)씨 등 4명을 지난달말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앞서 납품업체 대표 具씨와 이 회사 포항 영업팀장 조청환(38)씨를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그러나 文씨 등이 포철 고위층을 만나는 자리에 합석했던 金대통령의 친조카는 조사조차 하지 않아 축소 수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文씨는 전직 장관의 아들로 金대통령 친동생인 김대현 한국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의 보좌관이며, 나머지 관련자들은 현직 장관의 인척이거나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검찰에 따르면 文씨 등은 具씨가 수입면장을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포철에 납품해온 염화칼륨의 가격을 9억원이나 추가로 챙겨오다 납품계약이 해지된 사실을 알고 지난해 4월 "대통령 친동생에게 부탁, 납품이 가능하도록 도와주겠다" 며 돈을 챙긴 혐의다.

검찰 조사결과 文씨는 지난해 7월 포철 서울사무실에서 유상부(劉常夫)회장을 만나 具씨의 납품건을 청탁했으며, 이 자리에는 金대통령의 친조카(38.모 항공사 차장)도 동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지청 문규상(文奎湘)부장검사는 "대통령 조카는 같이 가자고 요청한 文씨를 우연히 따라가 포철 회장에게 인사만 건넸을뿐 이 사건과는 무관하고 돈을 받은 사실이 없어 조사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이 사건은 포항제철이 具씨를 지난 5월 사기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나 경찰이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 뒤 검찰이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포항=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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