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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민사 박물관 인천 월미도에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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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00여년 전 하와이.멕시코 등지로 향하는 이민선의 출항지였던 인천 월미도에 '한국 이민사 박물관'이 들어선다.

7일 인천시에 따르면 내년 초 중구 북성동 월미공원 내에 사업비 73억원의 이민사박물관 건립에 착수, 2006년 말 개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달 현상공모에 부친 기본설계안 심사결과를 최근 발표하고 간삼건축.시공테크 측의 응모작품(조감도 참조)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600여평의 부지에 지상 3층(연면적 1200여평) 규모로 세워질 한국이민사박물관에는 1차로 하와이.멕시코 이민과 관련된 유물.사진 등이 주로 전시된다. 개관 이후에도 자료 수집을 계속해 중국.유럽.러시아.중남미 등의 이민자료실을 추가할 계획이다.

인천항(당시 제물포)에서 이민이 첫 시작된 것은 1902년 12월 22일. 제물포 내리교회 교인들을 중심으로 한 121명이 미국 상선 게릭호를 타고 하와이로 향했다. 하와이 사탕수수협회가 주한 미국공사 호레이스 앨런에게 한국인 노동자의 이민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모집공고에는 '기후 온화, 월급 15달러, 하루 10시간 작업, 일요일 휴식'이라고 적혔다. 이후 1903년부터 1907년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모두 7226명이 하와이 이민을 위해 인천항을 떠났다. 하와이 이주민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수십만달러의 성금을 인천으로 보내 54년 인하공대(인하대의 전신)의 설립 기반이 되기도 했다. 1905년에는 1033명이 멕시코행 이민선을 타고 인천항을 출발, 유카탄 반도의 24개 농장에 배치돼 '애니깽'의 이민사를 시작하게 된다.

인천시 관계자는 "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이역만리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보낸 한인 이민자들이 마지막으로 조국을 돌아보았던 인천에 늦게나마 그들의 발자취를 모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해외교포 2, 3세 등을 대상으로 이민사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032-440-6104.

한편 이번에 선정된 이민사박물관 설계작은 건물을 하늘에서 볼 때 태극 문양을 하고 있어 교포들이 이 박물관을 찾았을 때 '마음의 고향'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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