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메카' 기독교연합회관 사라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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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외환위기 이후 신생 시민단체가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한 건물에 대거 입주하면서 시민단체 산실로 자리를 잡아가던 '비정부기구(NGO) 메카' 가 사라지게 됐다.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연합회관 운영이사회는 최근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30여개 시민단체에 공문을 보내 내년 초부터 임대료를 인상할 방침임을 통보했다.

시민단체들은 "두배 이상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 면서 "올 연말까지 사무실을 비울 수밖에 없는 실정" 이라며 답답해 하고 있다.

60여평을 임대하고 있는 녹색교통의 경우 월 임대료가 1백57만원에서 3백30만원대로 오른다는 것. 지하 4층.지상 17층인 이 건물은 외환위기 직후 입주 업체들이 빠져나가면서 함께하는 시민행동.시민운동지원기금.환경정의시민연대 등 신생 단체들이 그 자리를 매우기 시작했다.

전체 사무실 면적 7천평 중 1천5백평 정도를 시민단체들이 사용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밀집해 있다 보니 올초 전국 9백여개 시민단체가 뭉친 총선시민연대의 회의 중 절반 이상이 이 건물에서 열리기도 했다.

입주 단체인 지속가능개발 네트워크 한국본부 김성수(金聖壽.46)본부장은 "1970년대 서울대 문리대가 있던 인근 대학로에서 펼쳐졌던 민주화 운동을 시민운동으로 계승한다는 점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애착이 매우 큰 지역" 이라며 아쉬워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창(河勝彰.39)사무처장도 "시민단체들간에 연대활동을 쉽게 벌이는 '시너지 효과' 를 볼 수 없게 됐다" 고 착잡해 했다.

회관측은 "시민단체의 경우 계약 면적의 6~50%에 대해서만 임대료를 물리고 나머지는 무상으로 제공해 왔다" 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라 임대료를 정상화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기독교연합회관은 92년 48개 기독교 관련 단체가 선교회 등에 사무실을 제공하고 선교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동투자해 만들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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