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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록, 클린턴 '군복 예방' 속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조명록(사진) 특사는 11일 '왕별' 이 새겨진 북한군 차수(次帥)의 예복 차림으로 갈아 입고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만났다.

그는 백악관으로 가기 직전 국무부에서 화려한 군복으로 갈아 입었고, 백악관을 나와 미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살았던 마운트 버논 관광에 나설 때는 다시 양복으로 갈아 입었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 입은 것이다.

이같은 행동의 배경엔 평양 상층부의 중요한 메시지가 담겼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고위 탈북 인사는 11일 "북.미 관계는 평화체제 보장과 핵.미사일 등 군사 문제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김정일의 뜻" 이라고 풀이했다.

동국대 고유환(高有煥.북한학)교수는 "북.미 관계가 여전히 적대적이고, 정전상태에 있음을 의식, 그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 이라고 분석했다.

북한군 상좌 출신인 최주활(崔主活)씨는 "과거 북한 군사 대표단이 리비아를 방문했을 때도 평상복 차림으로 다니다가 가다피 국가원수를 만날 때는 군복 차림을 했다" 고 말했다.

趙특사가 입은 장령(장성)군복은 군 후방총국 산하 평양 피복제작소에서 만들며, 각종 행사에서 군 인사가 어떤 차림을 할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전 재가를 받는다고 한다.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은 "(복장 변경을 통해)외무성 등 민간뿐 아니라 북한 군부도 관계 개선에 함께 동참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 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 당국자는 "오히려 국방위원장의 특사인 조명록을 통해 '선군정치' (군사 우선주의)의 북한체제를 과시한 측면이 강하다" 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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