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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퇴출 예상명단' 돌아 흉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부실기업 퇴출을 앞두고, 이자보상배율이 낮다는 이유로 '퇴출 예상 리스트' 에 오른 기업들이 부실기업 퇴출 판정 기준과 방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기업 리스트가 유포돼 퇴출 후보기업으로 인식되자 해당 기업들은 채권은행과 거래업체에 회사의 사정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채권단의 자금 회수와 거래처의 이탈 움직임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총지급이자로 나눈 것으로 일반적으로 1보다 작으면 기업이 번 돈으로 꾼 돈의 이자를 갚을 능력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대림수산 자금팀 김기현 부장은 "이자보상배율을 엄밀하게 따지려면 감가상각비나 대손충담금을 제외하고 현금 흐름을 감안해야 하는데, 정부가 금융기관은 물론 신용평가기관에서도 적용하지 않는 기준을 발표해 멀쩡한 기업을 마치 부실기업으로 몰아가고 있다" 고 말했다.

D기업 재무팀장은 "리스트에 오르는 바람에 금융권은 물론 사채(私債)시장에서조차 돈 꾸기가 어려워졌다" 면서 "정부와 채권단이 기업퇴출 작업을 되도록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고 주문했다.

◇ 기업 특수사정이 무시됐다=동원은 정부가 서민생활 등을 고려해 무연탄 가격을 10년전부터 동결하면서 지원금을 주어왔는데 이것을 고려하지 않아 이자보상배율이 낮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곽재권 영업부장은 "t당 3만원꼴로 지원되는 정부지원금을 감안하면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1.4에 이른다" 고 말했다.

삼호의 경우 부채비율은 2백70%지만 차입금 담보물이 든든하고 현금유동성이 좋은데도 리스트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쌍용과 쌍용양회도 쌍용자동차의 부채를 떠 안으면서 금융부담이 커졌지만 ▶쌍용정보통신 지분과 경영권 매각▶서울 삼각지 그룹 사옥 등 부동산 매각으로 1조원 이상의 현금이 들어오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 산업 특성을 배려하지 않아=동국제강은 지난 2~3년간 1조원 이상 기술개발 및 설비첨단화 투자를 해 부채가 늘어나는 바람에 이자보상배율이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김종대 차장은 "장치산업의 특성과 감가상각 등을 고려한다면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건산업 재무팀 관계자는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연불수입 부분이 차입금으로 처리돼 외형상 차입규모가 크게 나타났을 뿐" 이라며 "최근 SBS 주식 15만주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 고 주장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해운산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시각에 따라 수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이자보상배율 때문에 멀쩡한 회사가 피해를 보고 있다" 고 주장했다.

올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이 0.85 인 삼성물산은 종합상사의 업종 특성 상 해외 영업이익을 포함해야 하며 이를 반영하면 1.45로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 올 상반기 고려 안해=두산은 지난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지만 올 상반기는 1.25라고 강조했다.

두산 김진 상무는 "9개 계열사를 합병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을 꾸준히 벌인 결과 올해부터 순이익이 나는 등 회사가 좋아지고 있다" 면서 "과거 수치만으로 평가받아 억울하다" 고 말했다.

범양건영도 지난해에는 순이익이 1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31억원으로 증가했다.

범양건영 관계자는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고 부채비율도 건설업 평균치보다 낮은데도 지난 3년간 이자보상배율로 리스트에 올라 이미지가 훼손될까봐 걱정" 이라고 말했다.

김동섭.표재용.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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