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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왜 동독을 동경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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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서독간의 ‘통일 실현 척도’로써 등장한 표현이 ‘오스탈기(Ostalgie)’다. 이 표현은 노스탈지아(Nostalgia)-독어는 Nostalgie-에서 유래한다. 직역하면 ‘동독동경증’이다.

이것은 통일 직후 동독인이 서독인으로 부터 심한 푸대접을 받아 옛날 동독시대를 다시 동경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로 동·서독인간의 격차(모든면에서)가 줄어 들었는가를 측정하는 기중이 되고 있다.

10월 3일 독일통일 10년 기념일을 축하하기전에 많은 정치가, 통일전문가, 그리고 동서독인 스스로가 ‘통일’로부터 다시금 ‘분열’에로 갔다고 주장하고, 사실상 그것을 느끼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오스탈기’의 동질화(수렴선)와 이질화(소외선) 두 측면을 분석하지 않고, 한 측면 즉 이질화측면만 본다면 ‘통일혐오론’또는 ‘통일 무용론’에 이를 수 있다.

‘통일을 왜 했느냐?’또는 ‘통일은 나의 생활과 무관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 한국에서도 앞으로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동질화’의 출발점은 동·서독인이 같은 피·같은 민족이란 선험적인 동질성때문에 독일통일은-그간 서로가 얼마나 오래동안 떨어져 살았어도-아무런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이뤄질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더욱이나 독일통일의 구체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한사람은 정치가 및 정부에 앞서 동독인이었다.

동방정책의 시발점은 정치인이었으나 통일에로의 무혈(無血)혁명의 주인공은 동독시민이었다. 독일 야당당수 앙겔라·맬켈은 ‘통일은 동독국민의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하며 ‘우리는 국민이다(Wiz sind das Volk)’라고 외치던 것이 나중에는‘우리는 한국민이다.(Wiz sind eiu Volk)’에로 바꿔졌다.

바꿔서 말하자면 ‘민주주의’와 ‘동독주의’가 합친것이 동독인의 ‘밑으로 부터 혁명’의 원동력이었다. 민성은 천성이다.(vox populi vox dei)에로 압축됐다.

그러나 역설적인 사실은 선험적인 ‘동질성’은 통일실현과정에서 ‘이질성’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단순히 외형에만 국한된것이 아니고 더욱 심각한것이 있다.

서독인은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인간이며, 동독인은 공산주의 및 사회주의 인간이란 본격적인 차이때문에 전자는 자신만만하고, 개방적이고, 책임감이 있고, 창의적이며, 이기주의적이고 거만하다고 동독인은 평한다. 서독인은 동독인을 항상 불평불만이 많고, 피사적, 권위주의적, 관료주의적이며, 창의력, 자발성은 全無하고 과감성과 결단력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서독인 일등국민, 동독인은 2,3등 국민으로 쉽사리 융합되지 않는 ‘머리속’에 새로운 벽이 생겼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은 많은 시간과 세월이 흘러 같은 경험을 거치지 않고는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20년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같은 피’를 앞세운 통일론은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경제 생활, 물질적인 생활영역에서는 통일직후 괴리가 큰 ‘이질성’이 팽배하고 있었다. 동독인의 ‘자유’개념이 어디든지 가고싶은곳으로 여행할 수 있는 것과 자도차, TV, CD플레이어, 비디오 등을 마음대로 갖는 것이었다. 지금 가계당 자동차 및 TV, 오디오 소유대수를 보면 10년간에 괴리는 거의 없어졌다.

동·서독임금수준도 거의 같아졌고, 일인당 평균국민소득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나내지 않는다. 단지 실업률에 있어서 대차(서독은 7.4%, 동독은 17.0%)를 보여주고 있다.

그 이유는 동독에 산재해있던 많은 콤비나트가 문을 닫게 됐고, 임금수준이 급히 서독수준으로 상승하고, 숙련도가 저조한 동독인이 서독의 신기술과 작업조직에 부적합한 탓으로 신국녹지투자는 극히 희소했었다.

동독인은 그들의 상기한 일상생활의 부(富)에 관해서는 서독인과 (거의)같은 수준이라고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통일전 사회주의체제서 경험못한 ‘실업자’라는 현실은 그들에게 너무나 혹독하다.

통일 10년후 오늘의 ‘오스탈기’는 대단히 중요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통일이 개개인에게 가져다준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자인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독사회주의 체제를 동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가 갖고 있는 ‘이상(理想)’은 지금도 가탄하고 있다.

이러한 이상을 실현못한것은 체제때문이 아니고 無能한 정치가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많은 동독공산당간부가 통일독일의 요소요소에서 중책을 맡고 있지마는 그들을 체포하여 처벌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회주의의 순수한 理想은 포기할 수 없는 깊이 뿌리 박힌 정신과 이상을 왜곡한 사람들에 대한 관용성은 이전에 볼 수 없던 이율배반이다. 이것이 또한 ‘오스탈기’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개개인의 ‘능력’이다. 즉 ‘능력’을 갖춘 개인은 ‘오스탈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옛날의 정당간부이거나, 운동선수이거나, 법률가, 엔지니어이거나, 또는 대학교수이거나, 무슨 직업관계없이 능력이 우선하고 있다.

그간 능력있는 많은 동독인들은 통일의 진통을 아랑곳하고 오히려 통일 독일의 새로운 국민으로 자유, 부, 명예를 향유하고 있다. 개개인의 숙련과 능력은 이질성을 극복하는데 가장 빠른 첩경이 되고 있다.

박성조 <독일 베를린 자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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