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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의 없소" 박수로 5분 만에 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각계 각층의 저명인사로 구성된 66명의 위원 중 절반도 되지 않는 30명만 참석했다.

참석자 가운데 절반은 축구인과 유치위원들이었다. 불참자 31명은 '총회 결정에 무조건 따르겠다' 는 위임장을 보내 왔다. 5명은 위임장도 없었다.

지난 7일 정몽준.이연택 공동위원장을 선출한 2002 월드컵축구조직위원회의 임시 위원총회 모습이었다.

회의장 입구에는 이미 두사람의 한글.영문 이력서가 비치돼 있었다. 먼저 '위원장을 2인 이내로 할 수 있다' 는 정관 변경안은 어떤 설명도 없이 통과됐다.

정몽준 임시의장이 위원장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말을 마치기 무섭게 S위원이 "여러 위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독심술이 있다" 며 "정몽준.이연택을 추천하니 만장일치로 가결해 달라" 고 제안했다.

그러자 축구협회 L부회장이 미리 준비한 재청 발언을 읽은 후 임시의장직을 넘겨받은 조직위 H부위원장이 "이의 없으면 박수로 호응해 달라" 고 요구했고 위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정관 변경에서 후보 추천.당선 확정까지 5분 남짓 걸렸다.

이어 정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를 위해 81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두사람이 한달 정도 함께 지냈다" 며 '친밀감' 을 강조했다.

이위원장은 "쌍두마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며 "업무 혼선이나 불협화음은 기우에 불과할 것" 이라고 단언했다.

정.이 위원장은 뒤이은 기자회견에서 조직위원장이 두명인 이유와 공동위원장 제도의 장점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정위원장은 "조직위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협의체이기 때문에 위원장간 불협화음은 있을 수 없다" 고만 강조했다.

공동위원장을 선출하는 회의의 모습은 전혀 민주적이지 못했다. 위원장 당사자들은 공동위원장 체제가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지도 않았다.

아무튼 공동위원장들이 갈등없이 협력, 2년도 채 남지 않은 월드컵 준비를 철저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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