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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가짜 명품 소동 왜 생기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최근 홈쇼핑업체들이 가짜 캘빈클라인.조지오알마니 선글라스를 판매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 해외 명품 진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사건으로 LG홈쇼핑은 2천만원, CJ39쇼핑은 1천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홈쇼핑 업체들은 해마다 가짜 제품을 판매해 지금까지 여러 번 물의를 일으켜 왔다. 1998년 9월 39쇼핑은 에메랄드 5종 세트(9만9천원) 모조품을 진짜로 판매해 말썽을 빚었다. 이 사건의 영향으로 39쇼핑은 LG홈쇼핑에게 업계 1위를 내주기까지 했다.

지난해 1월 LG홈쇼핑.39쇼핑은 주름 완화 효능이 있다는 레티놀 화장품을 판매했으나 소비자단체가 함량 미달로 고발해 전액 환불했다.

LG홈쇼핑은 지난 4월 인삼을 산양산삼으로 속여 팔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홈쇼핑 업체가 파는 제품에서 이처럼 가짜 시비가 잇달아 생기는 것은 무엇보다 소비자가 매장에서처럼 물건을 직접 보거나 만져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해외 명품의 경우 대부분 해외 본사에서 직수입하는 국내 거래선이 아니라 병행수입업자들이 가져온 제품을 팔다 보니 진짜.가짜 논란이 자주 빚어지는 것이다.

해외 본사와 직접 거래하는 업체와는 달리 제3자도 수입할 수 있도록 한 병행수입은 95년 11월 직수입 업체의 독점 횡포를 줄이려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다.

병행수입품은 판매가격이 수입가격의 2~3배인 반면 직수입 업체들은 4~6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직수입 업자들은 병행수입품의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해외명품이라도 현지유통 단계에 따라 재고나 떨이 상품이 나오게 마련이고, 이같은 상품을 병행수입업자가 수입해 홈쇼핑에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LG홈쇼핑 관계자는 "TV 화면에 비쳐진 상품을 보고 소비자가 구매하기 때문에 백화점처럼 실제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며 "담당 바이어가 수입면장만 보고 병행수입품이 진짜인지를 가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 말했다.

홈쇼핑업체들은 이에 따라 구매한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만이 있으면 무료로 수거하거나 전액 환불해주는 식으로 대처하는 데 그치고 있다.

유명 제품보다는 중소기업 제품을 많이 팔다 보니 소비자가 그 제품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세관은 해외 유명상표를 붙인 가짜 상품을 제조하는 국내 업체가 늘고 중국 등 해외에서 만든 가짜 제품 밀수가 증가하자 최근 '명품 속 가짜 이야기(웅진닷컴 출판.1만5천원)' 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신일성 서울세관장은 "병행수입은 직수입 업체의 가격 횡포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나 가짜를 들여올 경우 세관이 잡아내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며 "외국에서는 홈쇼핑 등 유통업체가 납품받는 과정에서 가짜를 가려내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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