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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복원위한 실질 영수회담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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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간의 여야 영수회담이 마침내 열릴 모양이다.

꼭 여야 총재들이 모여야 정국이 풀리는 우리의 1인 중심 정치풍토가 언제나 개선될는지 모르나 여하튼 여야 최고책임자들이 만나는 만큼 그동안 단절됐던 정치를 정상화시키는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한다.

여야 총재들이 서둘러 논의해야 할 첫 의제는 말할 것도 없이 경제회복 조치다. 최근의 경제동향은 심상찮다.

몇개 대기업의 해외매각 무산, 벤처기업의 부도, 원유가 급등 등으로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바닥으로 내려앉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등 관련법과 공적자금에 대한 심의절차를 서둘러 금융구조조정을 매듭짓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남북정책의 폭과 방향에 대해서도 여야의 이해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독주하다시피 추진해온 대북정책이 많은 성과도 낳았지만 퍼주기식 양보와 저자세 정책으로 인한 역효과도 만만찮다.

정부측이 적법한 절차를 외면하고 편법으로 식량차관을 주고 경제지원을 함으로써 국내적으로 상당한 반감이 조성돼 있는 게 현실이다.

모든 대북지원에서 상호주의를 준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평화구조의 우선적인 추진에 대해서는 여야 총재들이 인식의 공통 대역(帶域)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

국정원 등 정부 일부 부처의 대북 편법지원이나 무조건적인 양보정책에 대한 책임문제도 거론해야 마땅하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중요 의혹사건 처리 문제에 대해 여야 최고 책임자들간의 의견조율은 대단히 중요하다.

선거비 축소.은폐사건이나 한빛은행 외압 부정대출 사건은 결코 작게 볼 문제가 아니다. 여기엔 정부 공권력의 남용과 권력 핵심에 의한 은폐.축소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측은 이것을 결코 정치적인 공세나 반대세력의 무비판적인 반감(反感)의 결과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검찰이 수사하는 사안이라는 이유로 회피만 할 게 아니라 정부의 공신력 회복 차원에서 특검제 수용에 대해 보다 신축성 있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국운영에 대한 정치 지도층의 책임 자각이다.

지금 여야의 대결과 국회 공전(空轉)이 경제뿐 아니라 민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또 대북정책을 비롯한 중요한 문제가 국민의 적절한 견제나 심의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때문에 정치의 회복은 단순한 국회 정상화가 아니라 경제구조조정이나 대북정책이 일정한 국민적 감시와 견제장치를 통해 여과된다는 의미다.

우리는 金대통령과 李총재가 '상생' 이니 '정쟁중단' 이니 하는 수사(修辭)는 이제 그만두고 실질적인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해 토론하고 그에 따른 실천의 방책들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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