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과학으로 세상보기

달이 해를 먹는 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일식'이란 단어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온통 일본 음식에 대한 정보뿐이다. 달이 해를 가리는 천문현상인 일식에 대한 정보는 한참 뒤져서야 겨우 찾을 수 있다. 밥이 모든 것을 우선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

우연치고는 참으로 희한한 것이 있다면, 해가 달보다 무려 400배나 크지만 겉보기에는 둘의 크기가 거의 같다는 것이다. 이유는 해가 달보다 400배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식의 백미는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다. 그러나 때로는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릴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달의 겉보기 크기가 해보다 작을 경우다. 이 경우 해의 변두리 부분은 가려지지 않아 해가 마치 금으로 된 고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금환일식이라 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달이 지구에 가까워지면 달은 해보다 커 보여 해를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나지만, 역으로 달이 지구에서 멀어지면 달은 해보다 작아 보여 금환일식이 일어난다.

개기일식이 일어나면 해는 완전히 보이지 않고 대신 평소 볼 수 없었던 해 주변에 빛나는 코로나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방은 보름달이 뜬 밤 정도로 어두워진다. 그래서 낮임에도 불구하고 밝은 별들도 볼 수 있다. 개기일식은 자연의 신비함뿐만 아니라 일종의 두려움도 느끼게 한다. 그것은 동물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달이 완전히 해를 가리는 순간, 사방의 개들이 공포감에 사로잡혀 마구 짖는 것을 몇 년 전 아프리카에서 있은 개기일식에서 나는 목격했다. 그 신비함과 두려움을 느끼기 위해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나라에 1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몰린다.

전 세계적으로 개기일식이 일어날 확률과 금환일식이 일어날 확률은 비슷하다. 두 경우 모두 4년에 세 번 정도 일어난다. 그러나 개기일식이든 금환일식이든 지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해와 달과 관측자가 일직선이 되는 특정한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그래서 한 곳에 가만히 앉아 개기일식을 기다린다면 300년에 한 번밖에 볼 수 없으며, 우리나라 전역에서도 100년에 한 번 정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개기일식은 1887년 8월 19일에 있었으며, 또한 금환일식은 1948년 5월 21일에 있었다. 그리고 다음 개기일식과 금환일식은 각각 2035년 9월 2일과 2041년 10월 25일에 일어난다. 나이 든 사람이 이 두 현상을 다 보려면 지금부터 건강에 조심해서 오래 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두 현상 모두 북한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그러니 그 이전에 통일이 돼야 할 것이다.

비록 개기일식은 아니지만 다음주 목요일인 10월 14일에 우리나라에서 부분일식을 볼 수 있다. 부분일식은 달이 해의 일부분만 가리는 현상이다. 이번 현상은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서울 기준으로 오전 10시52분쯤 시작돼 11시44분까지 약 52분간 지속된다.

그런데 이번 부분일식도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광주광역시에서부터 서남쪽 지역과 제주도 일원에선 볼 수 없다. 게다가 해의 극히 일부분만 가리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부분일식이 일어났는지조차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절대 해를 맨눈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별한 장치가 없는 망원경으로는 더더욱 안 된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컴퓨터용 플로피 디스크나 사진용 필름의 검은 부분을 눈앞에 대고 보는 것이다. 만약 망원경을 이용할 경우 태양 필터라는 것을 사용하거나 태양 관측용 투영판이란 것을 이용하면 된다.

김봉규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정보연구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