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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회사 ‘블랙워터’ 노스캐롤라이나 캠프 가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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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005년 2월 이라크에 파견된 블랙워터 요원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바그다드 시내를 살피고 있다. [중앙포토]

노스캐롤라이나주 모요크에 있는 블랙워터사의 훈련센터는 광활했다. 여의도 면적 10배가 넘는 7500에이커(약 920만 평)의 숲과 들판이었다. 자동차로 돌아 보는 데 1시간이 걸렸다. 안내요원은 안전 때문에 거대한 규모의 훈련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총을 잘못 쏘더라도 훈련장 밖으로 총알이 나갈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훈련장 내 숲도 그런 역할을 위해 남겨뒀다고 한다. 미국 내 최대 민간 군사훈련장이다.

드문드문 인가를 지나 들판 한가운데 도로를 한동안 달려야 입구가 나타난다. 곳곳에 ‘인가자 외 출입금지’란 경고판이 나왔다. 검은 복장 요원들이 권총을 오른쪽 허벅지에 찬 게 인상적이었다. 민간 회사 느낌은 없고 군사시설 그 자체다. 무기창고·병원·강의장·기숙사도 갖췄다.

입구에서 본부 건물까진 자동차로 5분 거리다. 비행장이 보이고 탱크와 부서진 자동차가 있다. 본부 옆엔 해상 훈련을 위한 커다란 호수도 있다. 낙하산 강하 훈련을 위한 헬기와 항공기가 있고 지하철 훈련장도 갖췄다. 시가전 조립 건물에선 훈련생들이 팀별로 나눠 공격과 방어 훈련에 열중했다. 대부분 훈련이 야외에서 이뤄져 1월은 훈련생이 가장 적은 때다. 사격장은 총의 종류에 따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일반 주택과 구조가 같은 실내 사격장만 4곳이다. 사격장 벽은 나무와 고무·철로 이뤄진 3중벽이다. 훈련요원은 천장에서 교육한다.

- 군과 비교하면 이 회사는 어떤 장점이 있나.

“군대는 젊은 사람이 가지만 우리 회사엔 입대하기에 나이가 많은 사람이 온다. 머리를 기를 수 있는 등 군보다 자유가 있다. 그러니 사회에서 자기 생활을 하면서 돈이 필요한 사람도 온다. 어떤 사람은 3개월 이곳에서 일하고 그 돈으로 반년쯤 학교를 다니고, 다시 또 3개월 일하기를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

- 이 회사의 단점은.

“혜택은 군이 더 많다. 군에 입대하면 건강보험, 집 문제가 해결되고 보너스도 준다. 문제가 생기면 법적 보호도 받는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그런 혜택이 없다. ”

- 미국인만 올 수 있나.

“아무나 올 수 있다. 다만 외국인이 오려면 국무부 허가가 필요하다.”

- 이곳에 오면 꼭 전쟁터로 가야 하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배우러 오는 사람도 많다.”

- 회사 전망은.

“9·11 이후 급속히 성장했다. 앞으론 어떨지 모르겠다. 미국이 계속 전쟁을 하고 있으니 계속 성장하지 않겠나.”

- 다른 곳에도 블랙워터사의 훈련장이 있나.

“일리노이와 샌디에이고에도 있고, 최근 샌안토니오에도 훈련장 계약을 한 것으로 안다.” 
모요크(노스캐롤라이나)=최상연 특파원


◆블랙워터=1997년 경찰과 군의 위탁 훈련소로 출발했다. 그러다 지원자를 모집해 군수품 보급과 요인 경호 및 정찰, 전투 지원으로 영역을 넓힌 민간 전쟁대행회사로 발전했다. 3개월의 기본훈련과 전문교육을 받으면 이 회사와 고용계약을 맺고 전쟁터로 나간다. 계약 형태는 초단기를 포함해 다양하다. 임금은 일반 군인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통신은 일반 군의 두 배 정도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블랙워터는 2007년 9월 이라크 민간인 14명을 숨지게 하고 18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5명의 직원이 기소됐다. 이라크 바그다드 교차로에서 미 요인을 경호하던 중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졌다는 것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올해 초 “증거자료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이라크 정부가 블랙워터를 상대로 이라크와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이런저런 소송이 이어지자 블랙워터는 회사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지(Xe) 서비스로 회사명을 바꿨다. 하지만 블랙워터가 판매하는 기념품엔 블랙워터의 로고를 사용한다. 블랙워터의 인지도가 워낙 높기 때문이라고 점원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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