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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 "기밀 유출 의원 윤리위 제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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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초반부터 색깔론으로 얼룩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한 국가 기밀 유출 시비에서 비롯됐다. 박진 의원은 국방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장사정포에 의한 서울 함락 시나리오'를 주장했고, 정문헌 의원은 통일부 자료로 '북한 급변 사태시 정부의 비상계획'을 소개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은 6일 "기밀 유출 행위에 강력 대처하겠다"고 했다. "공인된 간첩 행위"(장영달 의원)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반면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조직적으로 정부를 감싸고 야당의 국감을 방해한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공세를 '역색깔론'으로 규정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이날 확대 간부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국감을 왜곡하고 좌경용공 뒤집어 씌우기의 선전장으로 만드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군사독재 시절 공안기관의 용공조작 음모를 보는 것 같아 머리가 띵하다"고 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정치공세와 폭로, 색깔론이 난무하는 구시대 국감을 재현하고 있다"며 "국가 기밀을 공공연하게 누설하는 것은 스파이 행위"라고 공격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박진.정문헌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키로 했다. 형사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면책이 보장된 국회의원의 공식 회의 발언을 어떻게 문제 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박 의원은 문제가 불거지자 유감을 표명했고, 정 의원은 속기록 삭제를 받아들이기까지 했는데 뒤늦은 열린우리당의 공세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당직자회의에서 "여당은 국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감을 방해하고 있다"며 "그 정도가 심각해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교육위원회의 '친북 교과서'공방과 관련해 "교과서를 분석해 언급한 것이 어떻게 폭로이고, 여기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어떻게 색깔론이냐"며 "정부에 대한 비판을 색깔론으로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역색깔론"이라고 반박했다.

김형오 사무총장도 "정부를 무조건 옹호하려는 여당 의원들의 맹목적 자세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피감기관 옹호 금지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라고 가세했다.

한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 주재로 상임위원회를 열어 국감에서의 국가 기밀 유출 문제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NSC는 보도자료에서 "최근 국감에서 '안보 우려'를 거론하면서 오히려 안보를 위협하거나 불안하게 할 수 있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발언하는 사례들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국감 과정에서 취득한 국가 기밀의 유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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