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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이 더 큰 '30원 납부 고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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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자업체인 한국휴렛팩커드사는 지난 7월 한국환경자원공사에서 '30원을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리튬전지를 일정량 이상 거둬들여 재활용해야 하는데 그 목표치에 31g이 부족했다는 이유에서였다. g당 0.8원의 재활용 비용에 15%의 가산금을 합친 뒤 반올림해 10원 단위로 맞춰 30원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환경부가 시행하고 환경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가 지난해 처음 시행되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EPR은 제품 생산자가 해당 제품과 포장재에서 생기는 폐기물, 즉 유리병.플라스틱.TV.컴퓨터.형광등.전지 등의 일정량을 재활용토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부과금을 물리는 제도다.

지난해 재활용량을 지키지 못한 한국금속캔재활용협회.한국유리공업협동조합 등에는 수억원까지 부과돼 전체적으로는 700건에 54억5461만원이 부과됐다. 하지만 24%인 165건은 부과금이 1만원 이하였고 1000원 미만도 30건에 이르렀다.

고지서 인쇄.발송, 부과금 통보를 위한 전화요금과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고지서 한장을 발송하는데 드는 행정비용은 약 5000원.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많았던 셈이다. 5000원 미만인 112건(16%)은 부과금을 걷더라도 적자다. 이 때문에 행정비용 이하의 부과금은 아예 면제하거나 적어도 행정비용 이상의 금액을 물리는 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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