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정국 U턴 예고…영수회담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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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영수(領袖)회담으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한빛은행 특검제 문제가 절충이 돼 대치정국이 풀어지는가 했는데 막판에 국회법 개정(자민련 교섭단체 인정)문제가 다시 장애물로 등장했다.

3일 총무회담 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는 "영수회담의 개최 의지를 서로 확인했다" 고 말했다.

정창화 총무는 "그러나 국회법 개정 문제에 대한 민주당 쪽의 집착이 강하다" 며 '의외' 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이제 자민련만 양보하면 된다" 고 주장했다.

두 鄭총무는 4일 다시 만나 마지막 절충을 벌인다.

◇ 한빛은행 문제는 어렵지 않게 타결=鄭.鄭 총무라인과 함께 청와대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과 한나라당 주진우(朱鎭宇)총재비서실장이 3대 쟁점에 대해 조율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한빛은행 사건의 특검제는 '필요시 실시한다' 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주당이 '특검제 절대 불가' 에서 물러서는 대신 한나라당은 '필요시' 라는 단서 삽입을 양보했다.

민주당이 선관위의 선거비용 실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놓고 국정감사(민주당).국정조사(한나라당)가 맞섰으나 두 가지를 묶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선거관련 상임위인 법사.행자위 합동으로 '국정조사에 준하는 국정감사' 를 실시하기로 했다.

◇'자민련만 양보하면 된다'=국회법 개정안 문제에 대해 양당 총무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자민련(17석)을 교섭단체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정국 주도권의 향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를 의식하는 부분이다. 이회창 총재의 장기적인 대권전략도 겹쳐 있다.

민주당은 DJP공조 파트너인 자민련을 위해 '정기국회 회기 내에 3당이 합의 처리한다' 는 시한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처리 시한 없이 '민주당.한나라당이 합의해 처리하자' 고 맞섰다.

정창화 총무는 "이 문제는 총무들의 재량을 넘는 범위다. 여야 영수가 만나 결단해야 할 부분"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균환 총무는 "당리당략에서 발생한 것은 당(黨) 대 당으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영수회담에서도 해결하지 못하면 심한 경색정국이 불가피하다" 고 반박했다.

정균환 총무는 일단 4일 오전 자민련 이양희(李良熙)총무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영수회담 성사 직전 여야의 입장은 돌고돌아 7월 24일 국회법 날치기처리 시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 대화정치 복원될까=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영수회담이 열릴 경우 "李총재가 金대통령을 만나 쌓였던 얘기를 다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민주당도 영수회담이 정국 파행의 반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 고위 당직자는 "金대통령은 영수회담을 계기로 경제.민생문제에 전념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야 관계자 모두 "국회법 개정 문제로 영수회담이 무산되지는 않을 것" 이라며 "이번주 중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하고 있다.

이양수.고정애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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