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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라디오헤드 새앨범 분위기 확 바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영국의 대표적인 모던 록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사진)는 '크리프' (Creep. '비열한 녀석' 이란 뜻)란 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노래는 베트남 출신 프랑스 감독 트란 안 훙의 영화 '시클로' 의 주제곡으로 널리 알려진 곡. 골수팬들은 라디어헤드 대표곡으로 이 곡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지만 이 밴드는 이 노래로 '신화' 를 구축했다.

1993년 데뷔앨범 '파블로 허니' 를 비롯, '마이 아이언 렁' (94) '더 벤즈' (95) 'OK 컴퓨터' (97년) 등 그들의 앨범은 라디오헤드에게 대중적 인기와 평단의 지지를 함께 안겨줬다.

특히 'OK 컴퓨터' 는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밴드" (MTV) "97년 최고의 밴드" (스핀 매거진)등 밴드가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찬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런 배경을 가진 그들이 2일 전세계 동시 발매하는 네번째 정규앨범(사진) 'KID A' (복제인간을 뜻함)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당연하다.

과연 '정점' 뒤에 온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어떤 것일까. 일반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 라는 쪽으로 모아진다.

'하이 앤드 드라이' 혹은 '노 서프라이지즈' '카르마 폴리스' 등에서 느꼈던 감성이 스며있기는 하지만 서정적인 멜로디에 위무받던 감흥은 되도록 기대하지 않는게 좋을 듯 싶다.

기타 록 사운드에서 거리가 멀어진 전위적인 전자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새 음반을 가리켜 '불협화음의 소용돌이' 라고 표현하는 이도 있다.

서정미는 여전하지만 테크노적인 사운드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라디오헤드 특유의 병적이고, 고독하고, 암울한 분위기는 그대로다. 오히려 정도가 더 심해졌다는 견해도 있다.

리드 보컬과 기타.피아노를 맡고 있는 톰 요크가 가장 맘에 들어했다는 '이디오테크' 는 그들의 실험적 세계를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기타 사운드는 하나도 없이 바스락거리며 반복되는 리듬과 톰 요크의 칭얼거리는 듯한 보컬이 조화를 이룬다. '내셔널 앤심' 은 흥겨운 리듬으로 질주하는 베이스 사운드에 자유로운 재즈 스타일이 어울린다.

신경을 거슬리게하는 불협화음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수도 있지만 조금만 달리 들으면 음악적 진보로 성취한 색다르고 신선한 음악으로도 여겨진다.

'하우 투 아이 디서피어 컴플리틀리' 는 몽환적인 멜로디가 두드러지면서 멜로디도 살아있는 편이어서 기존 라디오헤드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드문 곡으로 꼽힌다.

라디오헤드는 지난 3년 동안 60곡을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후속 앨범은 내년 초쯤 발표할 계획이다. 멤버들이 이번 음반에 수록할 곡 선정을 놓고 해체 직전까지 가는 갈등을 겪었다고도 한다.

특이한 점은 그들이 이번 앨범에서 단 한장의 싱글도 발표하지 않고 뮤직비디오도 발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EMI 코리아에도 음반 외에는 홍보 사진 한 장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항간에는 이들이 기존의 상업적 전략에 자신들의 음악을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들은 상업성 대신 음악을 택했다. 친숙한 사운드를 기대하는 이들을 보기좋게 배반하면서.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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