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여의도 한강 둔치 야외무대는 수천명의 응시생이 몰려든 '시험장' 으로 변했다.
이들이 치른 시험은 다름 아닌 MBC '생방송 퀴즈가 좋다' 의 출연자 예심. 매주 6, 7천명이 출연신청을 접수시키지만 서류전형을 거쳐 실제 방송사 지하식당에서 치르는 예심에는 2백명 정도밖에 수용할 수 없다보니 출연희망자들의 누적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제작진이 내놓은 묘수다.
쇄도하는 출연신청에서 보듯, 퀴즈프로그램의 인기가 대단하다. SBS가 4개월 전 신설한 주부대상 '도전 퀴즈 퀸' 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1차 예심에 매주 2천명 남짓 응시한다.
본래 다른 프로그램의 한 코너로 출발했다 인기를 얻어 독립한 KBS 고교대상 '도전 골든벨' 역시 초저녁 시간대로는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제작진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퀴즈프로의 미덕은 '교양' 과 '재미' 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 공사출범과 함께 '재미' 를 강화, 채널문턱을 한층 낮추려는 EBS가 이번 가을개편에서 퀴즈형식 프로그램을 대거 신설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초등학생 36명씩 두 팀이 출연해 DDR자판을 이용한 정답 입력 등 다양한 대결을 벌이는 '퀴즈 천하통일' (월~목 오후 6시55분), 청소년들이 트럭을 뒤쫓아 뛰면서 지력과 체력을 동시에 겨루는 '자신만만' (일 오후 6시), 초등학생 대상 영어 퀴즈 '헬로 핑키 펑키' (금 오후 6시20분), 수학관련 퀴즈 '수학으로 보는 세상' 등 퀴즈의 형식.대상.주제가 전례없이 다양하다.
'사이언스 쇼-기상천외' (일 밤 7시)의 경우 학교.가족.동호회 등 다양한 단체 참가자들이 '15개 달걀 중 삶은 달걀 3개를 구별하려면' '수조 속으로 촛불을 꺼뜨리지 않고 운반하려면' 등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나가는 형식이 이색적이다.
이처럼 시청자들에게도 가정에서 직접 문제를 풀어보도록 유도하는 것 역시 퀴즈프로그램의 미덕인데, 출연자들에게는 상금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MBC '생방송 퀴즈가 좋다' 의 최고 상금은 2천만원. 1천만원은 불우이웃돕기 상금으로 기탁하고 나머지 1천만원 중 22%의 세금을 떼고나면 실제 손에 쥐는 상금은 7백80만원 정도지만, 웬만한 월급장이 몇달치 수입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곧 2백회를 맞는 국내 최장수 퀴즈프로그램 EBS '장학퀴즈' 역시 4주 우승자에게는 1천만원 상당의 대학 2년치 장학금과 해외여행 등 푸짐한 부상을 준다.
신설 초기 '상품' 을 내걸었던 '도전 퀴즈퀸' 도 이를 '상금' 으로 바꾸면서 시청자 호응이 훨씬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푸짐한 상금만큼이나 '영광의 순간' 은 힘들다. 방송 1년여를 맞는 '생방송 퀴즈가 좋다' 의 경우 10단계 퀴즈를 모두 푼 '퀴즈의 달인' 은 7명뿐. 초대 '퀴즈의 달인' 은 요즘 인기절정인 영화 'JSA' 의 원작자 박상연씨였다.
매주 우승자가 뒤바뀌는 등 엎치락 뒤치락 하던 '도전 퀴즈 퀸' 에서도 최근 30대 주부 김문주씨가 5주 연속우승, 초대 '퀴즈 퀸' 에 등극하면서 총 1천1백16만원의 상금과 아반테 승용차를 거머쥐어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이후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