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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박물관 1호 보물 (36) 주필거미박물관 ‘장수거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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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주필거미박물관 제공]

박제가 된 장수거북입니다. 키가 2m, 너비는 1m쯤 되니 웬만한 장정 둘쯤 합친 덩치죠. 추정 나이 200세. 장수거북은 지구상에 사는 거북류 중 가장 덩치가 큽니다. 등딱지 길이만 1.2~2.5m고 몸무게는 650~800㎏이 나가지요. 등딱지 표면이 각질판으로 된 다른 거북과 달리 철갑처럼 두꺼운 가죽질 피부로 뒤덮여있습니다. 등딱지는 세로로 길게 줄이 나듯 골이 패인 형태인데, 이 역시 거북류 중에선 매우 독특한 모양입니다. 장수거북은 따뜻한 바다에 살지만 먹이를 찾아 먼 바다로 수 천㎞까지 이동하기도 합니다. 난류를 따라 북상한 장수거북이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잡히기도 하지요.

주필거미박물관에 전시된 장수거북(사진)은 이승만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57년 속초 앞바다에서 잡혔습니다. 동트기 전, 뭍으로 올라오던 거북을 공비로 오인한 해안경비대 초소병이 총을 쏘았던 겁니다. 200년 인생이 총알 세 방에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군에서는 총 맞아 죽은 거북을 나라에 바쳤습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주라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동국대로 넘어갔고, 생물학자인 김주필 박사가 세운 이 박물관에 자리를 잡았답니다. 공룡시대부터 지구에서 살아온 장수거북은 남획과 수온 상승 등으로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50여 년 전 인간들의 싸움에 허무하게 희생된 건 비극의 전조였을까요.

이경희 기자

◆주필거미박물관(www.arachnopia.com)=거미전문가 김주필 동국대 석좌교수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설립한 자연사박물관. 거미 표본 5000여 종 22만 개체, 각종 광물·곤충·동물·화석 등 2000여 종을 소장하고 있다. 김 관장 인터뷰는 24일자 중앙SUNDAY에 실린다. 031-576-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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