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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림지대 난개발 몸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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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28일 오후 정선군 동면 백전리 속칭 마당목이골.

해발 7백m이상의 산간오지인 이 일대에는 불과 3~4년전만 해도 10년 이상된 잡목이 우거진 산림지대였으나 지금은 고랭지 배추밭으로 변해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불법으로 밭으로 개간하면서 푸른 숲이 송두리째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출하가 모두 끝난 배추밭 곳곳에 잡풀이 자라고 있어 이곳이 숲이었음을 짐작케 했다.

강원도내 고랭지 채소 주산지인 정선.영월.평창.태백 등지의 산림지대를 불법으로 개간해 농지로 사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산림지대에 대한 난(亂)개발이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춘천지검 영월지청은 지난 25일 정선군과 영월군 일대 산림을 형질 변경 허가도 받지 않고 농지로 개간한 혐의(산림법위반)로 崔모(37.정선군 동면 백전리)씨 등 농민 8명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崔씨 등은 1996년부터 지난 4월까지 정선군 동면 백전리 일대와 영월군 영월읍 정양리 일대 23필지 임야를 불법으로 개간해 고랭지 배추를 경작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불법 훼손한 임야은 무려 16만3천여평. 그것도 산림 조상상태가 양호한 보전 임지가 대부분이다.

특히 백전리 일대 6필지 2만5천여평의 경우 지난 96년 벌목을 하면서 국.지방비를 들여 2~3년생 자작나무 2만여그루를 식재한 조림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불법 개간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98년부터 올해초까지 정선군 일대에서 1천~3천평씩 소규모로 산림을 불법 개간에 고랭지 채소밭으로 경작하다 적발된 건수가 무려 50여건에 이르고 있다.

이에따라 검찰은 현재 수사대상지를 정선군의 전지역과 평창.영월.태백지역 고랭치 채소밭 주산지로 확대하고 있다.

영월지청 서정배(徐廷培)검사는 "이들 지역의 경우 산간오지에 위치해 단속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불법으로 농지로 조성하는 난(亂)개발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루진 것으로 보인다" 며 "현재 이들 지역에서 10여명에 대한 불법 개간 혐의를 추가로 포착해 수사를 진행중이다" 고 밝혔다.

정선〓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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